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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ㅂ ㅏ ㄹ ㅐ ㅁ Jan 08. 2022

공모전을 찾는 이유

이상적인 남편 감성적인 아내 2.


'나 가작으로 뽑혔어!'

지난 해 봄쯤 나는 지나가는 말투로 남편에게 대구 '달서 책사랑 전국 주부수필 대회' 공모전에서 입상하게 되었음을 알렸다.


'상금도 있어~'

한 번에 말하지 않고 상금을 나중에 말한 건 남편이 두 번 놀라길 바래 서다. 20만 원의 상금은 내가 책을 더 읽고 글을 쓴다며 노트북 앞에 앉아있는 동안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시간을 얼마간 벌어주었다.


하지만 그도 잠시.

내일을 위해 계획을 짜는 남편의 눈치를 살피면서 그가 퇴근하기 전 식탁 위에 놓은 책들과 노트북을 정리했다. 식탁 더부살이가 슬슬 지쳐갈 즈음 한 공모전에 응모하고 선 연락이 없어 잊고 있던 주최 측에서 문자가 도착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수상자 명단에서 내 이름 석자를 수필 우수상 분야에서 확인하게 되었다. 상금은 지난번보다 더 높은 금액이었다. 마음속으로 '아싸~' 쾌재를 불렀고, 남편에서 문자를 캡처해서 보내줬다. 그리고 그 상금은 남편의 '첫 혼자 하는 여행', '제주도'를 가는 데 제공했다.


내가 공모전에 응모하는 이유는 두 개다.

첫 번째는 상금을 받고 싶어서다. 그러려면 공모전 중 많이 몰리지 않은 곳이어야 했고, 주최 측에서 제시하는 주제가 있어야 했다. 내가 두 개의 공모전에 응모할 수 있었던 건 평소에 기록해 둔 이야기들이 있어서 가능했다. 꾸준히 계속 써야 한다는 진리는 어쩌면 준비된 자를 만들기 위함인지도 모른다.


두 번째는 경험과 성과로 가까운 가족에서 지금의 나를 지지받기 위해서다. 속물 같겠지만 상장만 아니라 상금이 함께라면 기분이 더 좋은 걸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 상금은 다음을 위해 강의비로 나가거나 책을 사는데 주로 사용되는 밑거름이 된다.


우리는 하나의 뿌리에서 자라나 여러 개의 꽃을 피워낸다. 단 한 송이가 아니라 여러 봉오리를 안고 저마다 시기를 달리해 잎을 펼친다.


공모전을 찾기 전 나를 먼저 찾아 기록해 둔다면 공모전이 찾아와 내 기록 속 이야기를 꺼낸다.


미련한 꾸준함과 언제고 피어날 거라는 흔들리지 않은 믿음으로 오늘도 열심히 나를 이야기한다.


나다운이야기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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