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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ㅂ ㅏ ㄹ ㅐ ㅁ Dec 15. 2021

[시 필사] _ 문득 같은 질문을 던진다

그는 떠나고서 그가 되었다.


그의 본성(기질)은 낙천적이고 도전적이다.


남편이 되고 아빠가 되면서


그는 안정적이고 안전적으로 변해갔다.



언젠가 그가 장난스레 말했다.


'나도 혼자 하는 여행 해보고 싶었어'


우리는 해보지 못한 각자의 꿈을 한편 미뤄두고

엄마 아빠가 되었다.




현재가 가장 젊은 날이다.


'더 늦기 전에 다녀와~'



그는 아내와 두 아이가 함께한 여행에 익숙해서인지

엉덩이를 무겁게 들어 올렸다.


그렇게 그는 제주도로 향했다.


하늘에서 방송을 켠 것처럼

귓가에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제주도 서귀포 지진 발생!!'


그가 비행기를 타기 전이었다.


급하게 전화를 걸면서 두 가지 마음이 들었다.


내가 보내 준 여행에서 문제라도 생긴다면 나는 어떡하지..

언제 또 마음먹고 나설 수 있을까?



두 생각 중 안전을 택해 말했다.



'위험하니까 그냥 집으로 와요~'


잠시 고민하던 그는 현지 숙소 주인과 통화 후


'괜찮아, 아무 일 없을 거야'


그는 비행기 앞에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낙천적이고 도전적인 두려움 없는 표정으로.




누군가에게는 무모함이지만 그에게는 살아있음이었다.



그렇게 그는 무사히 도착해 한라산에 올랐다.


그리고 말했다.


'아무리 힘들다고 해도 자연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와 거세게 부는 바람을 맞서면서

그는 수많은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생각의 마지막은 하나로 정리됐다.




'오길 잘했다'




그의 벅찬 음성은 여운을 남겼다.


우리가 읽고 있는 책은 우리 삶을 담고 있지만

그 삶이 꾸려지기 전 모든 것은 자연에서 비롯되었다.


수많은 책을 읽었더라도  

산 정상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아 본 이의 경험이라는

책이 더 두텁다.


과거에 못한 꿈을 지금 옅게 아쉬워한다면

수십 년이 지나서는 더 짙게 후회할 것이다.


날 수 있는 날개를 가지고 걷기만 했다면

이제 서로의 날개를 잡아당겨

그 기능을 일깨워 줘야 한다.


날아갈까 두려워 말고

자신의 날개도 함께 펼쳐 비행하자.


마음이 이끄는 곳으로.












시 필사 / 마음챙김의 시 / 새와 나






새와 나


나는 언제나 궁금했다.


세상 어느 곳으로도 날아갈 수 있으면서


새는 왜 항상 한 곳에 머물러 있는 것일까.


그러다가 문득 나 자신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


_하룬 야히아


<마음 챙김의 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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