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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ㅂ ㅏ ㄹ ㅐ ㅁ Jan 10. 2022

아끼다 똥 되는 것들_

나다운필사 





나다운필사 / 오래 보아야 예쁘다 너도 그렇다 / 아끼지 마세요 / 나태주 시집 추천

    


아끼지 마세요
좋은 것 아끼지 마세요
옷장 속에 들어 있는
새로운 옷 예쁜 옷
잔칫날 간다고 결혼식장 간다고
아끼지 마세요

그러다 그러다가
철 지나면 헌 옷 되지요

마음 또한 아끼지 마세요
마음속에 들어 있는 
사랑스런 마음 그리운 마음
정말로 좋은 사람 생기면 준다고
아끼지 마세요

그러다 그러다가 
마음의 물기 마르면 노인이 되지요

좋은 옷 있으면 생각날 때 입고
좋은 음식 있으면 먹고 싶은 때 먹고
좋은 음악 있으면 듣고 싶은 때 들으세요


더구나 좋은 사람 있으면
마음속에 숨겨두지 말고
마음껏 좋아하고
마음껏 그리워하세요

그리하여 때로는 얼굴 붉힐 일
눈물 글썽일 일 있다한들
그게 무슨 대수겠어요!

지금도 그대 앞에 꽃이 있고
좋은 사람이 있지 않나요
그 꽃을 마음껏 좋아하고
그 사람을 마음껏 그리워하세요.

<아끼지 마세요 96P>










[ 나 다 운 이 야 기 ]



'아끼다 똥 된다'라는 말은 아이에게 잘 쓰는 말이다.

물건을 너무 아껴서 잃어버리거나 유통기한이 지나 버리게 되면서부터이다.


아끼려는 마음은 어느새 소유욕으로 바뀌어 나갔다.


'내가 이렇게 아끼는 건데 누가 만지면 망가지잖아~!'


소중해서 아끼고 싶었던 물건은 차츰 그 빛을 잃어갔다. 욕심으로 지켜 낸 물건으로.


아이는 이제 나에게 말한다.


'엄마! 그러다 똥 된다.'


그러면 별수 있나.

똥 되기 전에 써야지.

똥 되기 전에 입어야지.


아끼는 게 어디 물건뿐인가.

물기가 마르면 노인이 된다는 시인의 말처럼 내 안에 넘치는 마음도 아끼지 않아야 한다.


마음이 새어나갈까 여미기 바빴던 나의 10대, 20대의 시간들은 모래알 흐르듯 흘러내리는 마음을 주워 담느라 분주했다.

아마 그 마음들이 나를 떠나 누군가에게 거부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그리 단단히 여몄나 보다.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 무엇도 하지 않는다면 상처받기 싫은 나만을 끌어안은 채로 외로워진다.

마음도 가끔은 볕 좋은 날 빨랫줄에 걸어 꼬들꼬들 말려 일광욕을 시켜야 덧나지 않는다.


오늘처럼 빛나는 볕과 사이다처럼

청량한 바람이 부는 날.

이불 말고.


마음 널기 딱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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