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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막쓰다미리 Sep 09. 2024

나는 정말 최악.

회사생활을 하는 내내 생각했다.


‘나는 진짜 회사생활과 안 맞아’


이렇게 말하면 회사 동료들은 모두 놀랐다.

누구보다 재미있게 일하고, 회사 동료들 모두와 잘 지내는 나 같은 사람이 회사가 안 맞으면 어떤 사람이 회사와 맞는 거냐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알았다.

내 부족한 점을 들킬까 봐, 사실은 진짜 별 거 없는 사람이라는 게 들킬까 봐 사실은 벌벌 떨고 있다는 걸 말이다. 그래서 팀장이 되고 그렇게 빨리 도망쳤는지 모르겠다.      


나는 늘 너무나 덤벙거린다. 늘 까먹고, 늘 잊어먹고, 늘 너무 충동적이며 생각이 짧다.

그래서 나는 내가 너무나 불안하다.

내가 오늘은 또 무엇을 잊었는지, 오늘은 또 무슨 사고를 쳤는지 매일매일이 불안해서 이러다 심장병에 걸리는 게 아닐까 싶을 만큼 매일 심장이 미치도록 두근거린다.      


그 불안은 이런 것이다.

기차를 타면 기차표가 어제 표이거나 내일 표이고, 영화예매를 해서 보러 가면 지난주 영화였거나 이미 시간이 지난 영화표다. 숙소를 예약하면 2박 3일이 아닌 1박 2일로 예약이 되어 있고, 다음 달 날짜로 예약이 되어 있는...... 이제는 정말 웃어넘길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았다.


공무원 준비를 할 때 겨우 6개월 준비해 놓고도 공무원 시험에 합격할 자신은 있는데, 공무원 시험 원서 접수를 완벽하게 할 자신은 없었다. 원서 접수 기간을 놓치지는 않을지, 경기도가 아닌 다른 지역으로 체크를 한 것은 아닌지, 9급 사회복지 공무원으로 체크를 잘했는지를 보고 또 보고 또 봐도 불안한 정도다.  

    

개인적인 일이야 이런 실수를 해도 내가 손해 보고 말면 다행이지만 회사 일은 절대 웃고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늘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체크, 체크, 또 체크다. 신입 일 때는 정신을 못 차리고 어리바리하니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를 늘 입에 달고 살았고, 매일 내 머리를 쥐어박으며 생긴 습관이 메모와 기록이고, 일정은 탁상달력, 다이어리, 매일 일정표, 핸드폰 일정표, 핸드폰 알람으로 중복 체크 되어 있고, 핸드폰 알람은 100개에 육박했다. 넷째 주 수요일에 중요한 일정이 있다면 둘째 주 수요일부터 알람이 울린다. 이런 나라서 나 하나도 벅차고 힘든데, 팀장이 되어서 팀원들을 챙긴다는 건 정말 나에게는 1년을 버틴 것도 용한 일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팀장이라고 그렇게 1부터 10까지 팀원들을 다 챙길 필요도 없었고, 그렇게 챙긴다는 게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는데 처음이었고, 잘하고 싶었기 때문에 오히려 더 잘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리고 또 하나.

나는 정말 너무 빨리 불타오르고, 정말 빨리 꺼진다.

너무 쉽게 좋아하고, 너무 쉽게 싫어한다.

너무 쉽게 하고, 너무 쉽게 안 한다.


결혼할 때 내가 바람피우지 않고, 결혼생활을 평생 유지할 수 있을까가 제일 큰 걱정이었다. 남편에게도 ‘결혼해서 바람피우지 않을 자신이 없어. 어떻게 평생 한 남자만 사랑해’라고 말했을 만큼 한 남자와 평생 사는 건 상상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무언가를 시작할 때도 시작은 정말 빠른데 식는 속도가 거의 분 단위라서 늘 어떤 장치를 해놓아야 한다.

예를 들면 무언가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빠르게 돈 결제를 한다거나(보통 결제 버튼을 누르자마자 후회한다), 모임에 들어갔을 때 모임의 총무나 임원을 자처한다거나 (그래도 다음 모임에 죽을 만큼 가기가 싫다), 어딘가 가고 싶다는 생각에 “GO”를 외쳐놓고, 바지를 입으면서 후회한다거나..

늘 이런 식인데 그래도 20~30대에는 에너지가 있어서 결국 했는데 40대에는 이제 시도조차 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게 문제다. 오늘도 도서관에 낭독회가 있어서 신청해 놓고 결국 못 갔..................ㅠ


이런 나라서, 내가 나를 너무 잘 알아서 퇴사하고 난 후에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고의 하고 싶고를.............. 못 하고 있다. 큰소리치며 하겠다고 해놓고, 하는 순간 후회하고, 결국 얼마 못 가리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남편도 이런 나를 너무 잘 알아서 예전에는 내가 뭘 하겠다고 하면 말을 꺼내자마자 반대했는데 이제는 듣는 척도 잘하지 않는다. 알아서 제 풀에 넘어지는 걸 아니까.

아니 그러면, 어? 열받아서라도 내가 이번에는 꼭 해내고 만다!! 두고 봐!!!라는 주먹 불끈의 의지라도 있으면 좋으련만.....‘맞아, 나는 늘 그래’ 하며 내가 나를 너무 순순히 인정하고 만다는 게 너무나 자존심이 상하지만 나는... 꼭.... 그렇다.      


이 두 가지의 단점이 합체를 하면 정말 나는 최악의 사람이 되고 만다.

그래도 옛날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을 외쳤다면 이제는 ‘에라 모르겠다’가 되고 말아서 앞날이 캄캄하다. 100세 시대라는데,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남았을 수도 있는데, 벌써 내가 나를 포기하면 안 되는데, 애들 대학도 보내고 돈 쓸 일이 앞으로 더 많.... 은...... 데............

(까.. 무.. 룩)


아함~~~~ 밖은 너무 덥고, 집은 너무나 시원하고, 이불속은 딱 적당한 온도이니 조금만, 진짜 딱 10분만 누워 있다가 일어나야지. 진짜 딱 10분 후에 내가 일어나서 내가 오늘 하..ㄹ...ㅇ.ㅣ..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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