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양미리답다”이다.
“양미리답다”는 긍정과 부정 모두의 의미를 담고 있지만 최근 이직을 준비하고 있는 나에게는 부정적 의미이다. 회사 생활을 하는 동안 나는 나의 "양미리다움" 때문에 힘이 들었다. 쓸데없는 오지랖과 책임감, 꿈과 희망으로 가득 찬 실행력 없는 기획서들, 칭찬보다 쓴소리가 사람을 성장시킨다고 믿는 조직 안에서 나의 양미리다움은 나를 계속 위축시켰다. 이런 내가 다시 회사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니.... 경력 11년이 무색할 만큼 자신 없고 답답하다. 그렇다면 이런 나의 양미리다움을 실현시킬 수 있는 나만의 브랜드 만들기............ 를 추진할 만큼의 추진력과 지구력이 없다. 결심한다면 신나서 시작하고 3일 만에 “못 해!!”를 선언할 것이 뻔하다.
나는 특히 생각이 없는 편이다. 가끔은 나의 무식함과 가벼움에 내가 스스로 깜짝 놀라고 만다. 더 큰 일은 이런 무식함이 부끄러운 줄도 모른다는 것이다. 가끔은 손을 번쩍 들고 “그게 뭐예요?”라고 당당하게 물어 주변 사람들의 눈을 동그랗게 만든다.
SNL이라는 프로그램에 배우 지예은이 연기하는 ‘머리가 꽃밭’ 캐릭터를 보며 속으로만 ‘어머, 나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큰 아이가 SNL의 지예은 짤을 보여주며 “엄마, 이거 엄마야. 엄마 얘기야”라고 하는데 헉. 들켰구나 싶었다.
SNL에서 허거덕 했던 장면 하나를 소개하자면
(게스트는 기안 84였고, 학교 교실에서 일어난 일이다)
친구들 : (수근수근) 야~~ 예은이가 기안 84
좋아하는 거 아냐?
권혁수 : 야!!!! 예은이가 머리에 총 맞았냐?
기안 84를 좋아하게?
지예은 : 야!!! 머리에 총 맞으면 죽잖아! 너는 내가
죽었으면 좋겠어?
권혁수 : 야!!! 비유법이잖아. 비유법 몰라?
지예은 : 내가 법까지 알아야 돼. 대한민국 교육
졸라 빡세
이 장면에서 웃지 못하는 나. 이 장면을 보고 엄마랑 똑같다며 아빠랑 공유하며 웃겨 죽는 가족들. 아빠랑 딸이 나를 놀리는 이유는 얼마 전의 대화 때문이다.
(상황 – ISTJ 그 잡채씨는 아이들을 위해 연어장을 떨어지지 않게 만들어 놓는다.)
남편 : 미리야, 연어장도 먹어
미리 : 나 연어 안 좋아한다고 했잖아. 나는
새우장이 좋다고. 왜 새우장은 안
만들어주는데.
남편 : 새우철이 아니라고. 새우가 없어
미리 : 어떻게 새우가 없을 수가 있어? 새우가
수박이랑 복숭아처럼 여름에만 나고 여름
지나면 바닷속으로 사라져? 그럼 바다에
새우가 한 마리도 없어? 그럼 새우로
장사하는 집은 다 망했겠네. 인터넷에 새우
살 수 있나 없나 찾아볼까? 새우 팔면 오빠랑
안 논다.
남편 : 미리야. 그 말이 아니잖아. 새우철이
아니라서 비싸고, 새우가 알을 배는
시기에는 안 잡는다고
미리 : 아!!!!!!! 암~~ 쏘~~ 리
딸 둘 : 쯧쯧쯧
어? 내 책 제목을 ‘쯧쯧쯧’으로 할까? 엄마도, 동생도, 남편도, 이제는 아이들까지 나를 보며 자주 이렇게 말하는데..... 오호라~~ 황국영 작가님의 ‘퉤 퉤’를 재미있게 읽어서 이런 제목 너무 좋다 생각했는데 ‘쯧쯧쯧’ 너무 좋은데?
(나의 의식의 흐름이 이렇다. 진지함이 1분을 못 넘기며 결론은 산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