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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막쓰다미리 Aug 26. 2024

너 때문에 내가 성공하고 만다.

퇴사를 결정하고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응원을 받았다. 

단 한 사람, 남의 편 빼고. 


회사에 대한 불만이 최고치에 달했을 때 아무래도 퇴사를 해야겠다고 남편에게 얘기했고, 늘 야근에 집에서도 일하는 아내에게 내내 퇴사를 권유하던 남편은 흔쾌히 오케이를 했다. 아침 출근 전 오늘은 부장님께 얘기하고 오겠다고 하고 난 후 남편에게 문자가 왔다. 

"결판 냈어? 안 했으면 쫄지 말고 할 말 다하고 나와. 파이팅"

이 말에 힘입어할 말 다하고 퇴사했는데 이제 와서는 


"내가 할 말을 다하라고 했지 바로 퇴사하라고는 안 했잖아. 이직 준비를 하고 퇴사를 해야지"

"네가 매달 나가는 생활비랑 대출이 얼만 줄 알면 그렇게 퇴사 못 한다. 너 혼자 꿈속에서 사는구나."

 

잔소리 시전이 시작됐다. 

보통 드라마에서 보면 퇴사한 아내한테 그동안 고생했다, 쉬어도 된다 뭐 이러던데 그건 드라마 속 얘기인 건가? 


그리고는 퇴근 후 매일 저녁마다

"일자리 알아봤어? 찾고는 있는 거지?"

"편의점 알바라도 찾아보든가, 놀 때가 아니야" 하며 매일 잔소리와 눈치를 준다. 


"오빠. 보통 아내가 퇴사하고 힘들어하면 위로해 주고 격려해 주고 그러는 거 아닌가?"

"그런 거는 네 옆에 있는 사람들이 많이 해주잖아. 나는 너한테 현실을 알게 해주는 유일한 사람이야. 결국 너는 내가 아무리 잔소리해도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사람이고 타격감 1도 없는 사람인 거 아니니까 내가 매일매일 말해주는 거야. 정신 차려 양미리"


남편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는 도대체 왜 이 남자와 결혼을 하고 싶었을까. 

파워 ENFP 아내와 파워 ISTJ인 부부는 8년을 연애했다.

8개월 아니고 무려 8년이라고요!!!!

장거리연애를 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밤새 통화하다가 너무 보고 싶어 통화를 하며 새벽 첫 기차를 타고 달려간 적도 있었다. 둘이 주고받은 손 편지가 박스로 한가득이다. 


서로 너무나 달랐던 우리는 그 다름에 반했고, 그 다름을 사랑했다. 

나는 남편과 결혼하면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았고, 남편은 나랑 살면 나이 들어서도 재미있을 것 같았단다. 그렇다면 서로의 장점으로 시너지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건 맞았는데 결혼 16년 차가 되어보니 그렇게 사랑했던 장점이 이제는 최악의 단점이 되어 서로를 구박한다. 


"오빠, 미래도 중요하지만 현재도 즐겨야지. 아끼다가 똥 돼~~ 한 살이라도 젊을 때 행복하게 살아야 돼"    

" 미리야~ 지금을 즐겁게만 살다가 나이 들어 고생하고 애들한테 짐 돼. 애들한테 금수저는 못 줘도 짐이 되지는 말아야지. 젊을 때 열심히 벌고 아껴야 돼"


네네~~ 남편님 말씀도 지당하고 맞는데요. 부모님 잔소리처럼 귀를 막고 싶네요. 


"오빠만 나 무시하고 인정 안 해주니까 나는 오빠 때문에 꼭 성공할 거야. 내가 나중에 성공해서 책 쓰면 땡스투에 오빠 이름은 절대 안 넣어줄 거야. 내가 성공해서 상 받게 도면 오빠 이름은 절대 말 안 해줄 거야. 내가 성공해서 인터뷰하면 오빠 얘기는 절대 안 할 거야. 나 말리지 마라 나 진짜 열받아서 성공한다"


"알았으니까 제발 침대에서 내려오기나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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