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요즘 '어른, 리더, 다정함, 삶의 태도'에 대해 깊이 생각합니다.
신기하게도 늘 나를 읽게 하고, 쓰게 하고, 생각하게 하는 건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입니다.
결혼을 하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끝날 줄 았던 결혼생활은 남편과 전쟁의 시작이었고,
그 전쟁은 저의 소중한 글감입니다.
아이를 임신했을 때는 '이제 드디어 나의 모든 삶의 숙제가 끝이 났구나. 이제 행복하게만 살아야지' 했는데
남편+아이까지 1+1의 전쟁을 치러야 했지요. 아이들 또한 저의 소중한 글감입니다.
그리고 저는 요즘 회사 상사 때문에 힘이 듭니다.
이 분이 나쁜 사람이고, 나를 괴롭혀서가 아닙니다.
이 분은 좋은 분이고, 누구보다 열심히 자신의 철학과 가치와 삶의 태도를 실현하고 계시는 분입니다.
단지 그분의 철학과 가치와 태도가 저랑 맞지 않기 때문이에요.
상사와 맞지 않는다는 표현이 과연 맞을까요?
그렇다고 상사가 하는 말에는 모두 yes를 하는 게 맞을까요?
상사와 의견 대립이 있을 때마다 나의 의견과 주장을 굽히지 않는 게 맞을까요?
이 상사 분은 제가 저의 의견을 얘기할 때면 이렇게 말합니다.
" 으이그. 애기~ 너무 착해서 그렇다.
세상 더 오래 산 선배 말 들어. 나중에 시간 지나면 내 말이 다 맞다 그럴 거야"
저의 의견을 무시하거나, 화내거나, 소리 지르거나 하는 나쁜 상사가 아님에도 저는 이 말이, 이 태도가 왜 이렇게 싫을까요. 이 상사의 생각으로 이루어지는 일들이 싫기 때문이에요.
그분의 생각으로 진행되는 일들에 납득할 수 없기 때문이에요.
그렇지만 이 분은 제가 아직 어려서 모른다고 말해요. 정말 그런 걸까요
최근 김지수 작가님의 '의젓한 사람들'이라는 책을 선물 받아서 읽다가 '위대한 대화'를 읽게 되고,
이어령 선생님의 글과 영상을 찾아봤더니, 박웅현, 최재천, 유시민, 나태주 선생님들의 알고리즘이 쏟아집니다.
오늘 문장은 박웅현 작가님이 유튜브에서 했던 말인데 듣고 있던 이혜성 아나운서도 울고, 저도 울었어요.
'이런 어른이 있구나, 너는 너대로 괜찮단다라고 실제로 말해주는 분이 있구나'
이 문장을 쓰면서 '이런 분과 같이 일하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했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어요.
이런 생각은 좋은 남편으로 나오는 연예인을 보면서 '저런 남편이랑 살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나는 이번 생에서 이 남편을 만났으니 이 남편하고 잘 사는 방법을 찾아야 하고,
나는 광고인이 아니니 박웅현 작가님과 같이 일할 수는 없어요.
그렇다면 내가 그런 어른이 되면 되잖아요.
내가 그런 상사가 되면 되잖아요.
내가 그런 엄마가 되면 되잖아요.
회사에서 매일 귀에 피가 나게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듣고 있지만
이것이 나를 계속 생각하게 하고, 읽게 하고, 쓰게 하니까 글감으로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그럼 좀 다르게 들리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