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달콤의 수행평가 숙제 때문에 책 친구들에게 진화론에 관한 책을 소개받았다.
그중에 제목이 너무 맘에 드는 책을 발견했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진화론에 관한 책이라지만 나는 그런 건 잘 모르겠고 그냥 제목이 너무 맘에 든다. 진화론적으로도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니 이 얼마나 따뜻하고 행복한 일인가. 더 오래 살다 보면 세상에 비열하고 치사하고 이기적이고 불친절한 것들은 모두 사라질 수 있는 건가? 얼마나 더 진화되어야지 가능한 거지? 내 생전에 볼 수 있는 건가?
하루 종일 이 책을 읽고 있는 아이에게 물었다
- 그래서 어떻게 된데? 다정한 게 살아남는데?
- 아직 다 안 읽었지만 힘이 세고 강해서 살아남는 게 아니고 서로 협력하고 같이 살아내는 종들만
살아남는다는 얘기인 것 같아
- 오? 그럼 아빠랑 엄마 중에 엄마만 살아남겠네. 그럼 엄마가 우성인자인 건가?
- 엄! 마! 우성인자가 좋은 게 아니야. 우성인자는 열성인자보다 더 드러난 것뿐이지 열성인자가 나
쁜게 아니라고. 그걸 그렇게 가르는 게 아니야. 어디 가서 그렇게 말하지 마 진짜 무식해 보이니까
-.................. 나 무식한 거 맞아. 니 똥 굵어서 좋겠다.
신입 때를 빼고, 아니 신입 때조차도 우리는 냉정하게 판단하고 이성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전문가라고 교육받았다. 사회복지사의 업무 특성상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고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눈물이 절로 나온다. 신입 때는 사례회의에서 그분들의 이야기를 하다가 울어서 매번 혼났고, 10년 차가 돼서는 실습생들 앞에서 사례발표를 하다가 울컥해서 부장님한테 죽게 혼났다. 눈물 나는 사연을 듣고 눈물을 안 흘리는 게 이상한 거 아닌가?
신입 때는 수급자 분들에게 너무 다정해서 혼났고
팀장이 돼서는 팀원들한테 너무 다정해서 혼났다.
팀을 이끌기 위해서는 팀원들이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내가 강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된다고 했다.
나는 안 강한데? 나는 약하디 약하고 부족하고 어리숙한 사람이라서 같이 해야 하는데?
내가 어떻게 다 잘하고, 다 알고 있다고 그렇게 자신할 수 있는 거지?
지금 일하는 곳의 리더도 다르지만 같다.
늘 냉정하게 생각하고 판단해야 한다고, 너는 너무 약하다고 얘기한다.
그동안 만났던 상사들은 늘 자신이 얼마나 강한지, 얼마나 잘하는지 과시했고, 그래서 자기가 이 자리까지 올라왔으니 너는 나를 보고 배우라고, 나처럼 강한 사람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자기를 믿고 따르라고. 그럼 다 된다고.
누군가를 믿고 따르는 건 그 사람이 믿으라고 해서 믿어지는 게 아닌데 내가 믿고 싶어야 믿는 건데 왜 그들은 자꾸 자기를 믿으라고 말하지?
늘 다정하게 생각하고 이해하는 방식으로 판단하면 왜 안되지?
업무가 진행되지 않았을 때 '어떻게 일을 이딴 식으로 하지?'라고 부르르 떨지 않고,
'왜 일이 진행되지 않았을까?'라고 한 번 더 생각하는 일은 왜 안 되는 거지?
팀장이 싫어서 이직해놓고 이직한 곳에서도 관리직의 역할을 맡게 되어 매일 불려 가고 있다.
더 강하게 말하라고, 더 세게 말하라고, 너는 직원들을 관리감독 하는 자리라고.
최근 한 달 사이에 다시 직장 내에서 온통 물음표 세상이 시작됐다. 회사를 옮겼지만 같은 말을 들었고, 같은 물음이 반복됐다.
나는 여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자꾸 내 방식이 틀렸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나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나는 어디에 가서 살아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
머릿속에 물음표가 가득할 때는 역시 도서관이고, 아무 정보 없이 집어든 책에서 오늘의 문장을 만났다.
하............ 내가 읽는 책들은 모두 이렇게 말하는데, 왜 세상은 반대로 말하지.
나는 어떤 세상에서 살아야 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