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 시대의 본격화, 그리고 감성환경의 등장
2000년대는 뉴밀레니엄의 시작과 함께 본격적인 지식정보화 사회에 접어든 시기였습니다. 특히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보급률은 우리나라의 IT 기반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대중화하는데 기여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벤처기업의 확산 등의 영향으로 1990년대부터 주목 받기 시작한 수평적 기업문화는 창의성과 정보처리 및 의사결정 등에서의 빠른 대응이 중요해진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더욱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2000년대 초반은 또한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루는 등 굵직한 이슈들이 나타나며 사회적으로도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온 시기이기도 합니다.
2000년대 유행한 웰빙이라는 신조어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며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부분을 보여줍니다. 웰빙은 웰니스 등의 용어로 변화하며 현재까지도 사회문화적으로 중요한 가치로 여겨지고 있죠.
또한 주 5일 근무제 시행으로 인한 여가시간 증가 등 사회적 변화 속에서 편당 관객 수 1000만 영화가 등장하고, 국내 게임과 대중문화 산업도 대형화되는 등 대중문화의 황금기라고 불릴 정도로 문화 저변의 확장과 발전도 두드러진 시기입니다.
여러모로 이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기와 닮아있는, 사실상 이 시대의 시작점이라볼 수 있을듯한 2000년대 사무환경을 만나볼까요?
1990년대 사무자동화 시대가 본격화된 이후 사무실의 일하는 방식과 도구들의 변화는 점차 가속화됐습니다. 1980년대가 현대적 사무환경의 도입과 시범에 가까운 시기였다면, 1990년대는 확장기, 그리고 2000년대는 PC 중심 업무방식의로의 전환을 마무리한, 뉴노멀이 아닌 노멀이 된 시기입니다.
특히 업무 도구 중 가장 중요한 요소인 PC 환경은 10년이라는 시간 동안에도 획기적인 발전을 이어갔는데요. 2000년대 중후반을 넘어서며 CRT 모니터가 LCD 모니터로 바뀌기 시작했으며, 일부 기업은 노트북을 기본 PC로 도입하기 시작합니다.
이처럼 IT 인프라는 여느 국가 못지 않게 빠른 속도로 발달해온 우리나라. 하지만 모바일 워크 등 일하는 방식의 다음 단계로 가는 과정은 다소 뒤쳐진 모습을 보였는데요. IDC 조사에 따르면 2004년 기준 전체 PC 시장에서 기업 노트북이 차지하는 비중은 8.3%로 아시아 주요 국가들 중 유일하게 10%를 넘지 못했고, 홍콩(19.7%), 호주(18.7%), 중국(14.6%) 보다 낮은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2000년대 후반에는 우리나라에도 애플 아이폰의 상륙과 함께 스마트폰 시대가 개막하고 무선인터넷이 발전하면서 앞으로 일어날 업무환경 전반의 급격한 변화를 예고했습니다.
2003년에는 법정노동시간이 주당 40시간으로 다시 한 번 단축됐습니다. 그러나 연장근로 12시간과 휴일근로까지 더하면 총 68시간까지 근로가 가능했죠. 그러다 주 법정노동시간의 개념조차 훌쩍 뛰어넘는 어마어마한 제도의 변화가 이뤄졌는데요. 바로 주 5일 근무제입니다.
주 5일 근무제는 2004년 법제화됐는데요, 이후 직장 생활뿐만 아니라 일상까지 우리의 삶에 많은 영향을 끼쳤죠. 기업 규모 등에 따라 단계적으로 도입되면서 다소 시간이 걸렸지만, 2010년대로 넘어가는 시점에 사실상 전 사업장에 주5일제가 정착되면서 직장인들의 여가 시간이 늘어나고 가정에 대한 인식이 더욱 높아지는 계기가 됐습니다.
1990년대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던 우리나라 기업문화는 2000년대 들어 눈에 띄는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많은 기업들이 기업문화 혁신에 관심을 기울이고, 수평적 기업문화는 이제 기업들에게 당연히 지향해야 하는 가치로 인식되기 시작했죠.
일부 기업에서 직급 호칭을 생략하고 상호 존대하며 ‘~님’으로 부르거나, 대다수 직급을 프로, 매니저 등으로 단순화하는 등의 시도가 나타난 것도 2000년대입니다. 이런 호칭 문화의 혁신은 기존의 조직 내 권력 체계에 정면으로 반하는 우리나라 기업문화 변화의 상징과도 같은 정책이었습니다.
2000년대 들어 스포츠 활동, 공연 관람 등 회식문화가 다양화되는 추세도 더욱 활성화됐는데요. 주5일제의 시행과 2000년대 후반 밀레니얼 세대의 사회 진출은 이러한 문화적 변화에 영향을 미친 또 하나의 요인이었습니다.
이런 시대적 흐름은 사무환경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1990년대 본격화된 사무자동화가 작업자의 능률과 업무 체계의 효율화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2000년대는 근무자의 심리, 감성적인 부분까지 고려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때문에 사무환경에서도 감성적 환경과 디자인에 대한 관심과 중요도가 높아졌는데요. 이전까지 목재 컬러를 그대로 살리거나 시각적으로 오염의 걱정이 덜한 어둡고 칙칙한 계열 컬러들이 많이 사용되던 가구 색채도 파스텔톤에서 원색 계열까지 보다 다양화됐습니다.
이러한 변화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영향을 미쳤는데요. 그 중에서도 지식정보화 사회에 들어서며 기업에서도 창의적 사고와 정보의 활용, 집단지성이 중요해졌고, 공간∙환경적으로도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심리적, 정서적 요인들을 고민하게 되었다는 점을 가장 큰 배경으로 들 수 있겠습니다.
여기에 더해 전반적인 삶의 질이 향상되면서 소비시장과 산업 전반에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부분, 그리고 브랜딩의 가치가 부각되면서 기업 로고 컬러 등 조직 내에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내재화하는 시도들이 늘어난 것도 주목할만한 배경입니다.
2000년대 들어 사무가구의 형태와 구성도 다양화되고, 단순히 OA 기기의 수용이 아닌 업종, 직무 등 업무 특성에 따라 레이아웃 역시 다양해졌는데요.
그럼에도 한 가지 주도적인 트렌드를 꼽자면 창의와 협업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상황 속에서 구성원들이 시각적으로 개방된 공간에서 자주 시선이 마주치고 빠르게 소통, 협업할 수 있는 개방형 오피스가 선호된 부분을 들 수 있겠습니다.
기존에 개인 몰입환경과 배선 등의 기능을 갖춘 파티션을 대체해 최소한의 시각적 프라이버시만 충족하며 보다 개방적인 환경을 구현하는 스크린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고 활용된 것 또한 2000년대이며, 회의실에 가지 않더라도 쉽고 빠르게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원탁 등의 인스턴트 미팅 옵션도 활용이 많아졌습니다.
2000년대 후반부터는 1인 1PC 시대 후 많이 사용됐던 L형 책상 대신 LCD 모니터의 유행과 함께 전체적으로 공간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일자형 책상이 다시 부각되기 시작한 점도 특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