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댕유자쌍화차

각별한 마음 들이기

by 이미숙

12월 중순부터 작업을 시작한 차가 드디어 어제 완성되었다.

찌고 말리고를 아홉 번 정도 한다고 해서 9증 9포라고들 한다. 그러나 차를 하다보면 9증 9포는 차를 만드는 어렵고 지리한 과정을 한코에 설명하기 위한 관습적인 표현이란 생각을 종종한다. 9증 9포가 웬 말일까 싶을 정도로 수도없이 쪄내고 말리고, 다시 굽는 과정을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반복을 해 내고서야 비로소 완성되는 차들이 대부분 내가 만들어내는 차들이다. 손 가는 대로 맛이 들고 차를 우리는 이의 마음대로 차 맛이 우러나오는 나의 차들은 그래서 '각별한 마음'이라는 좀 촌스러운 이름을 달고 세상에 얼굴을 내민다.

'각별한 마음'을 들이고 또 들이기에 아주 간단하게 돈 몇 푼으로 찻값을 메기기 어려워 먹고자 하는 이에게, 혹은 꼭 맛보고 싶어하는 이들에게만 안긴다. 물론 받는이로서는 좀 어렵고 부끄럽고 송구한 마음을 담아 시브직이 '맛보고 싶다'는 말을 애써 해야만 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으시대는 마음으로 돈으로ㅜ덥썩 살 수 있는 비싼 차들도 많지만, 돈과 맞바꾸기 했다는 가벼운 마음으로는 도저히 살 수 없는 것이 내 차이다.

이 차를 SNS에 올리면 여기저기서 '살 수 없냐?'는 문의를 받는다. 단호하게 안 판다고 한다. 대신 시브직이 '맛 보고 싶어요.' 라며 호기심 가득한 말을 들으면, 그럴 때마다 나는 손수 포장하고 우체국까지 가고 좀 손해나는 듯한 마음까지 드는 택배비까지 부담을 하면서 부친다.

차 재료를 선별해서 사고, 일일이 다듬고, 덖고, 포장하고, 택배를 부치는 공을 생각하면 함부로 할 수 없는 차다. 특별히 내가 이 손해 아닌 손해나는 짓을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돈으로 메길 수 없는 차라서가 그 첫 번째 이유다. 내가 한 시간을 시간 외 강의를 하면 35000원을 받는다. 그런데 차 재료를 다듬는데는 많게는 한 달 남짓, 짧게는 몇 시간이 걸린다. 다듬는 데만 그정도이니 만드는 과정은 두 말하면 잔소리다. 도저히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돈으로 환산하는 순간 내 각별한 마음은 저울에 달리고 만다는 생각이 든다.

가끔씩 정말 차가 먹고 싶은 사람들이 있지만 가벼운 주머니 사정으로 냉큼 살 수 없는 이들이 있다. 그들의 송구한 마음을 위한 나의 작은 배려가 그 두 번째 이유이다. 가끔씩은 돈 말고도 귀한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주변에 알리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한 일이다.

그래서 나의 차는 주는 이도, 받는 이도 '각별한 마음'을 들이지 않으면 맛보기 어려운 차다. 각별한 마음을 들여야 맛이 들고, 각별한 마음을 내어야만 각별한 맛을 내는 나의 차 1호는 '제주 댕유자 쌍화차'이다.

제주에서는 '당유지', '댕유자', '댕오지', '대유지' 등의 이름으로 불리며 열을 내리는 민간 요법으로 사용하고 각종 제례에 올리는 귀한 과일로 대접을 받았다고 한다. 이 댕유자의 속을 파 내고 그 속에 13가지 약초 재료를 법제하여 넣은 후 1주일 단위로 찌고 말리고를 반복한 후 은근한 팬에서 궁글려 가며 굽고 식히고를 반복한다. 거무스레하게 잘 구워진 댕유자 쌍화차는 향들이기를 24시간 한 후 병입하여 보관한다. 감기 기운이 있을 때도 좋으나 몸이 무거울 때 다려 마시면 참 좋은 차다.

[댕유자 쌍화차 속재료 법제법]

생지황은 막걸리에 9증 9포하는데 열흘에 1번 정도 한다.(대개 3달 걸림) 요즘은 숙지황이 시중에 많이 나와 있으므로 숙지황을 이용할 경우 막걸리에 3분 정도 쪄서 사용한다.

천궁은 쌀뜨물에 1일 정도 침수 후 건조기에 말려서 사용한다.

당귀는 청주에 침수 후 3분 쪄서 사용하되 당귀신만을 사용하며 당귀미는 가급적 사용하지 않으나 사용하여도 무방하다.

백작약은 술에 적셔 굽는 것이 가장 좋으며 가급적이면 껍질이 있는 것으로 구입하는 것이 좋다.

복령은 구입한 것을 그대로 사용하되 깨끗하게 털어서 사용한다.

인삼은 뇌부분을 잘래내고 인삼이 안 맞으면 인삼 대신 황기를 넣으면 좋다.

감초는 중화작용의 귀재 감초는 반드시 볶아서 사용한다.

황기는 반드시 볶아서 사용해야 약성과 향을 살릴 수 있다. 약재를 다룰 때 황기는 가장 나중에 한다. 꿀물에 하루 재워서 볶아 사용한다.

계피는 코르크 층을 반드시 제거하고 사용한다.

갈근은 마른 것을 사용하되 반드시 햇것을 사용한다.

유근피 코르크 층을 없애고 덖어서 사용한다.

건대추는 씨를 반드시 제거하고 건생강은 살짝 볶아서 사용한다.

토복령은 9증 9포하여 사용한다.


속 재료로 들어가는 모든 재료는 0.5미리 정도의 크기로 잘라서 법제를 해야 댕유자 속에 들어갔을 때 안정되게 자리를 잡을 수 있다.

1. 유자를 소금으로 식촛물에 담갔다가 소금으로 박박 문질러 씻은 후 솔로 털듯이 닦아주고 물기를 빼 준다.
2. 꼭지 부분을 봉을 떼내어 속을 파 낸다.
3. 숟가락을 이용해서 속을 말끔하게 파 낸다.
4. 14가지 약초로 속을 꽉꽉 채운다.
5. 무명실을 삶아서 꽁꽁 동여 맨다.
6. 건조하기
7. 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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