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광창이 있는 방》의 글귀걸이

오 헨리 단편선

by 바람꽃 우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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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주머니 속의 축축한 지폐 석 장을 꼭 움켜쥔 채 우물쭈물 한 발로 서서, 비참하고 죄스런 가난에 대해 쉰 목소리로 고백할 때쯤이면》



이제 날 비참케 하는 것에 대한 거부가 절실하다. 비참을 벗어나기 위해, 비참했던 과거를 오늘로 소환해, 애쓰는 나를 고백한다.


내 얼굴이 얼마나 붉었는지, 내 배가 얼마나 골앓는지 실감나게 재연할수록, 비참의 값은 올라간다. 비참과 불행을 팔아 먹고 사는 꼴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비참한 인생이 아직 팔릴만한 인생이라는 것이다. 시작된 비참은 그 끝을 아무도 모르고, 당신은 타인의 비참을 엿보며 안도할테니까 이 놀이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오늘은 꾸깃한 이 석장으로. 날 비참케하는 것을 거부해보려 한다.



오 헨리 《채광창이 있는 방》의 글귀를 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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