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 시집 《슬픈 레미콘》
《내 곁에 이불 한 장 덮어줄 사람 없다는 건 망망대해 떠도는 조각배 되어 밤새 아픈 몸 뒤척이는 것. 텅 빈 베개 바라보며 머리카락 한 올 쓸쓸히 주워보는 것》
가시지 않는 온기. 아무리 깨끗히 치우고 정리해도 가시지 않는 온기. 흔적을 지우고 싶어 쓸고 닦고 빨강 액자를 걸어봐도 남는 건 내 방 같지 않다는 어색함과. 진한 커피를 마시고 싶단 짧은 혼잣말만이 작은 먼지처럼 포물선을 그리며 방바닥에 떨어진다.
봄은 온다는 데. 비는 언제오려나. 시원하게 내리렴. 지난 계절의 잔상을 모두 씻어 줄 내 봄비야. 얼른 내려주렴. 지우는 연습을 할 수 있게 날 도와주렴.
조원 시집 《슬픈 레미콘》 중 <반달>의 글귀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