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산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 중
[글귀걸이] 《제 불투명한 현실이 투명한 시나리오로 바뀌는 것을 바라보아야 하는 현역들, 안일한 시나리오 뒤편의 알지 못할 밀림 속에 이제 발을 디밀어야 할 젊은이들, 알려진 비극과 알려지지 않은 비극 사이에 제 귀한 아들을 떠밀어넣어야 하는 부모들의 심정은 또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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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도 이와 같았다. 불투명한 미래의 이야기를 나를 도구 삼아 전하고 싶었다. 혹자의 과장된 영웅담이 아니라 찌질한 일상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전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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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할 것 없던 나의 여정을 하루하루 기록했다. 온몸이 땀으로 젖어 앞주머니에 넣어둔 수첩이 축축해진다 해도 순간의 기록을 멈추지 않았다. 앞으로 이곳에 발을 디딜 젊음에게 밀림의 냄새와 현장의 생경한 풍경이 필요할 것 같아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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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진 것이 비극 아니면 영웅극 뿐인 이야기에 나의 이야기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있겠냐마는, 게 부모의 심정이 짐작돼 멈출 수 없던 작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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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는 컸지만, 끈기가 부족해 접어두었던 일을 얼마 전 다시 시작했다. 이번에 잡은 펜은 하나의 책으로 잘 마무리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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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의 시나리오 속에 내가 통과한 삶의 시나리오를 삽입한다. 사적인 나의 이야기가 당신의 잠 못드는 밤과 사랑주는 이의 불안을 함께 재울 수 있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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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산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 중 <총기 사건의 공적 시나리오와 사적 시나리오>의 글귀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