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산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 중
[글귀걸이] 《여름날 왕성한 힘을 자랑하는 호박순도 계속 지켜만 보고 있으면 어느 틈에 자랄 것이며, 폭죽처럼 타오르는 꽃이라 한들 감시하는 시선 앞에서 무슨 흥이 나겠는가. 모든 것이 은밀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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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상대의 은밀한 시간을 난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을까. 모든 순간을 보려하지 않고 알려하지 않는다는 게 사랑을 먼저 끝내지 않고서야 과연 가능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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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과 확신의 영역이라 생각되었던 많은 부분이 결국 의지와 마음의 영역임을 알게 된 순간 곧게 날선 울타리들이 한달음에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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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시간은 서로를 회복케하는 밤이다. 빨갛게 달아오른 눈동자들의 맞춤은 그리 로맨틱하지 않다. 보이지 않는 시간의 흐름에 사랑의 절반이 담겨있다. 가까웠던 딱 그만큼의 멀어짐이 필요하다. 사랑할수록 그에겐 내가 없는 은밀한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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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산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 중 <은밀한 시간>의 글귀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