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글귀걸이

윤동주 100주년 시집

by 바람꽃 우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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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귀걸이]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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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민은 저주다. 약자에 대한 마음에 일렁이는 괴로움은 필히 저주다. 왜 그대는 잎새인 주제에 잎새에 이는 바람에 그토록 괴로워했는지 묻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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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새의 일은 잎새의 일로 놔두라. 그대의 주제가 같은 잎새라면 더욱 놔두라. 그대의 괴로움은 잠시다. 눈을 감아라. 잎새의 꼭지를 뒤흔드는 바람일지라도 당신에겐 산들바람일 뿐이다. 눈을 감아라. 고개를 돌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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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러지 못했냐. 다들 바람을 만끽하는데 왜 그대만 그리 괴로워했는가. 국회 청소노동자들이 맞는 바람이 왜 그리도 아팠냐. 쌍용 노동자들이 맞는 바람이 왜 그리 당신을 괴롭게했나. 그 모든 바람을 잎새와 함께 맞았으면서 왜 당신의 마지막 고통은 나와 함께 맞자 말하지 못했냐. 왜 우리가 당신의 바람을 막아줄거라 기대하지 못했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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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과 노회찬은 잎새였다. 나와 같이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고 아파했던 잎새였다. 타인의 아픔에 괴로워했던 마지막 잎새들이었다. 반복된 잃음에 한동안 많이 아파 글을 쓰지 못했다. 나는 점점 무뎌져간다. 이제 더는 힘들 것 같다. 타인의 생에 부는 바람에 아파하는 것도 이제 그만하고 싶다. 이젠 남을 지키는 것도 나를 지키는 것도 자신이 없다. 그를 잃곤 더. 자신이 없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난 여전히 괴롭다. 하늘을 보고 싶지 않다. 야속한 바람을 보내는 하늘이 밉다. 하늘님이 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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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100주년 시집 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글귀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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