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의 글귀걸이

윤동주 100주년 시집 중

by 바람꽃 우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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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귀걸이]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나는 나를 사랑했다. 아무도 나를 받아주지 않을 거란 두려움이 엄습 할 때 나는 나를 사랑하기로 했다. 지난 선택과 생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란 쉽지 않다. 되돌릴 가능성이 작아질수록 포장의 두께는 더해지는 법이니까.


당신은 당신을 사랑하는가. 다들 자신의 얼굴과 신체를 맘에 안 든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랑하지 않는 건 또 아니다. 제 팔과 다리가 불편하게 될 일은 앞장서 피하고, 제 얼굴이 붉게 될 일은 마주하지 않으니 다들 제 얼굴과 신체를 끔찍이 사랑해 마지않는다.


몽규가 동주에게 말했다. '니는 계속 시를 쓰라. 총은 내가 들거이까.' 몽규는 동주를 사랑했고 동주도 몽규를 사랑했지만 이 말은 들은 동주는 자신을 사랑할 수 있었을까.


미웠을 테다. 자신이 쓰는 시는 사랑했지만, 총을 드는 벗 곁에서 시를 쓰는 자신은 미웠을 테다. 제 얼굴이 미워 돌아서고 다시 안치러워 제 얼굴을 찾아가는 한 사내의 고백이 자화상에 담겨있다.


거울을 바라본다. 그림을 그려본다. 작게 그리고 싶은 부분이 있고 크게 그리고 싶은 부분이 있다. 내 바람은 미운 부분에 대한 사랑이 포장되지 않는 것이다.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보단 그때의 부끄러움과 나약함을 오롯이 사랑하고 싶다. 총을 드는 몽규와 우물에 비친 얼굴과 하얀 종이에 펜을 들었던 동주처럼 사랑할 것을 뜨겁게 사랑하고 미움의 감각을 냉정히 잃지 않는. 있는 그대로의 자화상을 그릴 수 있는 사내이고 싶다.




윤동주 100주년 기념 시집 중 《자화상》의 글귀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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