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와 보는 밤》의 글귀걸이

윤동주 100주년 시집

by 바람꽃 우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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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귀걸이] 《세상으로부터 돌아오듯이 이제 내 좁은 방에 돌아와 불을 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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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생경했던 하루를 꺼내 탁탁 먼지를 털어 창 앞에 걸어둡니다. 마주쳤던 이들의 향수 내음과 지글지글 끓던 찌개의 내음이 뒤섞여 내 겉옷은 아직 소란스럽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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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선풍기의 바람 소리가 아득해질 즈음 오늘 하루 내뱉지 못한 말들이 가슴에 남아 이리저리 방안을 거닙니다. 양팔로 머리를 받쳐 천정을 바라보면 나만의 휴먼 드라마가 펼쳐집니다. 레디- 스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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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한 표정을 지었다가 옅은 미소도 지었다가 같은 대사를 두고 몇 번이나 컷을 외칩니다. 작은 단역에 불과했던 나의 오늘이 국보급 배우의 연기로 되살아납니다. 넓은 세상에서 작은 내 방으로 돌아옵니다. 그렇게 하루를 찬찬히 복기한 뒤에야 이내 곧 아쉽던 마음이 평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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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전하지 못한 말. 당신과 만들고 싶던 상황. 내 좁은 방의 불을 끄옵니다. 영화가 곧 시작되니까요. 창 앞에 걸어둔 겉옷의 하루가 옅어집니다. 밤이 깊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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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100주년 시집 중 《돌아와 보는 밤》의 글귀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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