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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 글귀걸이

윤동주 100주년 시집 중

by 바람꽃 우동준 Aug 15.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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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의 글귀걸이] 《나도 모를 아픔을 오래 참다 처음으로 이곳에 찾어 왔다. 그러나 나의 늙은 의사는 젊은이의 병을 모른다. 나한테는 병이 없다고 한다. 이 지나친 시련, 이 지나친 피로, 나는 성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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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원제는 <병원>이었다. 만약 시집의 제목이 <병원>이었다면 우린 윤동주 시의 첫 구절로 살구나무 그늘을 찾았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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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 시가 좋다. 실재하는 아픔을 두고 공감할 이 없어 외로워하는 동주의 마음이 좋다. 내가 왜 아픈지, 대체 무엇 때문에 아파야만 하는지 저 자신도 설명할 수 없다는 고통이 절절히 담겨있기에. 그저 지나친 고통이 내 허락도 없이 다가온 게 원망스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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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의사는 젊은이의 병을 모른다. 그가 늙었기 때문만이 아니다. 늙은 의사가 지나쳤던 젊음의 고통과 동주의 고통이 너무 달라서 모를 뿐이다. 모름은 죄가 아니지만 몰라주는 세상은 지독히도 외롭다. 나한테는 병이 없다고 한다. 동주에게도 병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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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나친 시련, 이 지나친 피로. 할 수 있는 건 하늘을 바라보며 바람을 느끼고 별이 뜰 때까지 나의 시를 쓰는 것이다. 나는 성내서는 안 된다. 성내는 건 내게 허락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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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시련이여 어서 이 시대를 지나쳐가거라. 지나친 피로여 이미 우린 지나친 피로 지울 수 없는 얼룩이 들어버렸다. 그러니 아픔이여. 성내지 않을 테니 어여 지나가거라. 그러니 나도 모를 아픔이여 성내지 않을테니 어여 사라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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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100주년 시집 중 《병원》의 글귀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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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입니다. 뒤에 첨부한 사진은 의열단원의 사진입니다. 의열단은 독립을 위해 더욱 적극적인 무장투장을 행했던 조직입니다. 윤동주는 비겁하지 않았습니다. 의열단도 무모하지 않았습니다. 독립을 향한 열망이 무장투쟁과 문학으로 표현되었지만, 어느 것이 더 효과적이었는지 지금 시대의 우리가 논하기엔 어려움이 많을테지요. 그러니 오늘은 독립이란 결과를 알지 못한 채 자신만의 고민을 치열히 이어갔던 이 땅의 어른들을 기억합시다. 오늘 밤 하늘에 떠있는 별과 똑같은 별을 바라보며 고향의 평안했던 과거를 그리워했을 이들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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