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길》의 글귀걸이

윤동주 100주년 시집 중

by 바람꽃 우동준
IMG_20180901_225029_649.jpg



[글귀걸이] 《내를 넘어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
.
바쁜 한 달을 보냈습니다. 이십년간 덮어오던 황령산 자락의 그늘을 떠나 새로운 보금자리로 옮기는 일로 한 달을 꼬박 보냈습니다. 부산이란 곳에 도심 아닌 곳이 어디있겠고, 우거진 숲이였던 곳이 어디 있겠냐만은 빨간 신호등이 보이던 창가에서 나무가 보이는 창가로 떠나오니 마치 도시에서 숲 속으로 삶터를 옮겨온 것만 같습니다.-
.
철없던 스무살을 통과하며 나를 넘어선 삶을 꾸리는 것이 큰 꿈이 되었답니다. 하지만 세상을 바꾸는 어려움보다 큰 것이 결국 나를 넘어서는 일이더라고요. 타인을 온전히 믿는 일도 우리의 연대가 희망을 향할거란 낙관도 제겐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삭막한 사막에서 자신의 수분을 지키기 위해 넓은 잎사귀를 줄이고 줄이다 결국 뾰족한 가시가 되어버린 선인장처럼 홀로 버텨왔던 지난 시간의 관성이 이십대의 나를 뾰족하고 더욱 날카롭게 만들었습니다. 서로에게 의지해 빽빽히 엮여있는 공동체의 삶이 내게 그토록 어려웠던 건 무엇보다 나의 잎사귀가 가시였던 것에 큰 이유가 있었던거죠.-
.
이십대의 말미엔 마을에 희망을 두었더랬습니다. 경험해보지 못한 마을의 끈끈함을 동경하며 이웃의 문을 두드렸지만 그들과 인사하는 제 고개가 너무도 뻣뻣했던게 화근이었지요. 앞서 다 해보았단 말에 왜그렇게 성을냈던지. 내가 하는 일은 다를 것이단 기대에 참으로 뻣뻣했던 고개였습니다. 네 오늘의 글귀걸이는 길을 잃었단 고백입니다.-
.
도착할 곳을 옳게 향해야 길이 됩니다. 지금 걸어가고 있는 길이 내 목적지로 향하지 않을 때 우린 옆사람에게 길을 잃었다 말하니까요. 도착할 곳이 어디여야 할지 아직 정하지 못했습니다. 가시돋힌 선인장이자 고개가 뻣뻣한 나를 알게되어 그간 돌보지 못한 나를 다시 치유코자 여기 멈춰 서있습니다.-
.
오늘의 글귀를 보고 냇가를 뜻하는 단어가 내 모습으로 동산의 고개가 내 어깨 위의 모습으로 읽혀졌습니다. 어제 갔던 길에서 멈춰 발끝부터 머리 끝까지를 새로이 살펴보렵니다. 어제까지 걸었던 내 동네에서 벗어나 새로운 신호등과 가로등 불빛에 설레이는 것처럼 내가 걷던 길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을 찾아가렵니다.-
.
.
.
윤동주 100주년 기념시집 중 《새로운 길》의 글귀걸이



IMG_20180901_225029_651.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병원》의 글귀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