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100주년 시집 중
[글귀걸이] 《집집마다 간판이 없어 집 찾을 근심이 없어... 손목을 잡으면 다들, 어진사람들 다들, 어진 사람들》-
.
.
동주가 대한제국의 오늘을 본다면 많이도 놀라겠지. 집마다 간판이 없어 집 찾을 근심이 없다던 동주에게 형형색색의 아파트 간판으로 설명되는 대한민국은 참 많이도 어색하겠지.-
.
휴먼시아 거지라던가. 아이들이 휴거라고 부른다는 곳이. 가난한 아파트에 살아 거지라 놀림을 받는다던데 그게 어디 아이들만의 문제이려나. "나보다 낮은 간판의 주민들은 단지를 크게 돌아서 가세요. 가로질러 간다면 가깝겠지만 우리 단지에 외부인은 들어올 수 없으니까요. 아니요. 외부인은 위험하니까 돌아서가세요. 내 아래층에 누가 사는지 잘 모르지만 당신은 다른 아파트에 살잖아요. 내 아래층보다 당신이 더 위험하니 돌아서가세요."-
.
아파트 간판도 없는 곳에 사는 이들은 거지보다 못한, 거지라 놀림받을 이름조차 없네. 이름없는 세상 속 이들이 되어버렸네. 동주여. 아무래도 그대가 틀린 것 같아요.-
.
손목을 잡는다고 해서 어진 사람들일까요. 아니요. 같은 간판을 가져야 어진 사람이죠. 연세대 고려대 부산대 아니 어디든 대학이라는 간판이 있어야 비로소 어진 사람이 되는거죠. 재밌죠? 다들 그렇게 어진 사람이 되어가고 있어요.-
.
손목을 잡는다고 해서 어진 사람들일까요. 아니요. 같은 간판을 가져야 어진 사람이죠. 삼성 엘지 롯데 현대 아니 어디든 기업이라는 간판이 있어야 비로소 어진 사람이 되는거죠. 재밌죠? 다들 그렇게 어진 사람이 되어가고 있어요.-
.
동주여. 아무래도 그대가 틀린 것 같아요. 이곳은 간판이 없으면 집을 찾지 못해요. 간판을 갖기 위해 그많은 세월을 근심으로 보냈으니까요. 간판이 있어야 비로소 집 찾을 근심이 없어요. 간판이 있어야 비로소 내 집이에요. 간판이 있어야 비로소 내 자리에요. 간판이 나란 말이에요.-
.
동주여. 이곳에 더이상 간판없는 거리는 없어요. 그러니 조심히 찾아와요. 작은 불을 열심히 찾아볼게요.-
.
.
.
윤동주 100주년 시집 중 《간판없는 거리》의 글귀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