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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꽃 우동준 Dec 08. 2020

[청년의소리] 청년은 구호가 아니다 (국제신문 칼럼)


오랜만에 옛 친구를 만났다. 친구는 서울권 대학에서 공부를 마치고 다시 고향에 내려와 얼어붙은 취업 시장을 뚫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온 친구다. 하지만 인문계열 직군의 문은 그리 넉넉하게 열리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경쟁자는 늘어났고, 넘어서야 하는 스펙의 허들도 높아만 갔다. 친구는 코로나 시기의 여파가 내년 취업 시장에서부터 본격적으로 느껴질 것 같다고 했다. 미뤄진 시험도 많고, 정규 채용의 숫자도 줄어 탈락자 수가 예년보다 늘어났다는 것이다. 게다가 올해와 내년 졸업생까지 더해질 테니 전보다 훨씬 벅찬 경쟁을 해야 할 것 같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친구의 말을 듣고 관련 자료를 찾아보았다. 현대경제연구원 자료를 살피니 ‘특정 업종의 영업 중단, 기업 신규 채용 축소 등으로 특정 산업, 연령대에서 코로나19 영향이 극심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문장이 보이고, 통계청 ‘연령계층별 고용률 10월 자료’를 살펴봐도 ‘신규 채용 위축 등 코로나19 여파가 심화하면서 청년층(15~29세) 취업자가 25만 명이 줄었다’는 수치가 눈에 띈다. 친구의 말에 명확하게 부합하는 데이터는 없었지만, 생존 앞에서 움츠러들었던 시간의 여파가 이제 본격적으로 찾아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코로나로 가득찬 올해를 되돌아본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관계’와 ‘단절’이다. 거리 두기가 본격화되면서 만남과 교류, 모임에 대한 공적 규제가 이어졌다. 설렘. 가능성. 타인의 존재를 통해 나의 개성을 간접적으로 증명해내던 기회가 모두 사라졌다. ‘관계’는 얼핏 말랑하고 따뜻해 보이지만, 결코 가벼운 단어가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람과 사람 간의 연결이 느슨해지며 가장 큰 위험에 처한 이들이 있다. 바로 우리 사회에 내포된 위험, ‘은둔형 청년’의 증가다. 지난해 청년재단이 진행한 ‘고립청년 실태조사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고립 청년이 사회에 소속되지 않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겪는 어려움이 장기화될수록 실패감, 무기력함, 자아 존중감 저하, 우울, 불안 및 대인 관계 공포, 공황 장애와 같은 심리적 부적응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직접 찾아가 문을 두드려도 대화하기 어려웠던 은둔형 청년들이 이젠 더욱 포착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고 말았고, 코로나 상황의 장기화로 사회적 고립과 생계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마저 늘어나고 있다. 관계의 단절이 우울함만이 아니라 청년의 생존에 직접적인 위험을 끼치고 있다.

악화된 상황은 다각적인 문제로 이어졌다. 대면할 수 없는 상황은 비대면의 영역을 급격하게 키워버렸고, 코로나 상황의 대안으로 많은 자영업자가 음식 배송 서비스를 선택했다. 한 배달음식 플랫폼 업체는 흐름에 맞춰 인공지능을 결합한 빠른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고, 첫 론칭한 11월에는 ‘늦으면 반값’이라는 할인 이벤트까지 진행했다. 그동안 많은 청년이 배송 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배송 시간을 늦추려는 노력을 이어왔지만, 확장된 배송 시장의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꺼내진 카드는 너무 쉽게 ‘배송 시간의 단축’, 노동자에게 가해지는 여전한 압박이었다.

지난 2월 청년기본법 제정 이후 청년 삶의 안정성을 마련하기 위한 다양한 움직임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채 1년이 지나기도 전 광주와 서울에선 오히려 청년 예산을 삭감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코로나 상황 속 사회와 가장 거리가 멀어진 이들, 당장의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거리를 두고 싶어도 거리를 둘 수 없는 가장 큰 위험에 노출된 이들을 살펴보자. 긴급히 마련한 예산으로 지원해야 할 대상이 누구인지 면밀히 살펴본다면 분명 지금과는 다른 선택이 이어졌을 것이다.

부산은 어떨까. 다시 선거의 시간이 다가왔고 어제부터 부산 시장 예비 후보자 등록 신청이 시작됐다. 모든 후보의 입에서 ‘청년’이 거론되고, 부산의 미래가 바로 청년에게 있다고 외치는 시간이 다가왔다. 당연하다고 여겼던 모든 평범을 순식간에 앗아간 코로나를 쓰나미에 비유한다면, 조심해야 할 건 첫 번째 파도가 아니라, 곧 밀려올 다음 파도다. 선거로 다시 혼란스러울 4개월이지만, 청년의 관계망과 사회적 안전망이 흔들린다는 점을 잊지 말자. 청년은 구호가 아니다. 삶과 생존의 현장이다.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그 무엇보다 시급한 이유이다.




청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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