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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일, 유럽자동차여행] Day 31

본전 생각

2019년 5월 17일


증권회사에 다녔지만 내 주식계좌는 늘 마이너스였다. 주식투자를 잘하지 못했던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었겠지만 그중에서도 심리적인 부분이 컸던 것 같다. 이른바 '본전 생각'이다. 

   

투자의 귀재라 불리는 워렌버핏조차도 투자한 모든 종목에서 수익을 내지는 못한다. 현명한 투자자는 투자한 모든 종목에서 수익을 내는 사람이 아니라 잃을 때는 적게 잃고, 수익을 거둘 때는 크게 내는 사람이다. 마이너스인 종목을 손실이 더 커지기 전에 정리하는 게 나는 참 잘 안됐다. '내가 투자한 원금이 얼마인데, 이 돈을 받고는 팔 수 없지'하는 본전 생각 때문이었다.

     

두브로브니크에 도착한 첫날 우리는 '두브로브니크 카드'를 구매했다. 이 카드에는 성벽투어를 포함한 여러 박물관 입장권과 교통권이 포함되어 있는데 날짜에 따라 1일권, 3일권, 7일권으로 나뉜다. 우리는 1일권과 3일권 중에 어떤 게 더 경제적일지 고민한 끝에 3일권을 샀다. 3일권을 구매한 후 재밌어 보이는 박물관이 있을까 찾아보았지만 예상과는 달리 방문하고 싶은 곳이 한 군데도 없었다. 3일권에 포함된 성벽투어와 교통권만 사용해도 손해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3일권을 샀는데 이 카드에 포함된 모든 박물관을 다 가지는 않더라도 본전은 뽑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브로브니크에 가면 꼭 해야 하는 필수투어인 성벽투어. 우리는 두브로브니크 3일권 카드를 구입해서 이용했다.


그래서 방문하게 된 두브로브니크 현대미술관. 파리에 있을 때 오르세미술관도 방문하지 않았던 우리가 두브로브니크에 있는 현대미술관에 방문한 건 유명한 화가의 작품이 있어서가 아니라 바로 이 미술관 2층에 있는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두브로브니크의 성벽이 아름답다는 후기를 보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술관 테라스에서 바라본 두브로브니크는 반예비치(꽃보다누나에서 이승기가 해수욕을 즐겼던 그 비치)와 푸르른 바다, 그리고 오래된 성벽이 한 눈에 보이는 사진명소였다. 이렇게 미술관에 가서 그림을 하나도 보지 않고 나와보기는 처음이었다. 이 미술관에 '두브로브니크 카드'없이 개별 입장한다면 인당 130쿠나(한화 23,000원)를 내야 했다.   

 

두브로브니크 현대미술관, 미술작품도 작품이지만 이곳 2층 테라스에서는 두브로브니크의 올드타운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미술관을 방문하는 것으로 카드의 본전은 이미 뽑았지만 우리는 두브로브니크를 떠나는 날(두브로브니크 여행 4일차) 아침에 아직 사용하지 못한 교통권과 전날 가지 못했던 요새를 구경하기 위해 숙소에 체크아웃한 후 짐을 차에 두고 올드타운을 한 번 더 구경했다. 3일권 카드는 요일이 아닌 시간제 (사용시작 후 72시간) 이었는데 우리는 72시간을 다 채운셈이었다.      


오랜만에 열어본 주식계좌에는 여전히 '본전'을 기다리며 묵혀둔 마이너스 종목들이 가득하지만 본전생각 덕분에 더욱 알찼던 '두브로브니크' 여행이었다.


두브로브니크는 인기 미드인 <왕좌의 게임> 실제 촬영지로서, 많은 관광객들이 왕좌의 게임투어를 할 정도로 인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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