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위의 포지션

6

by 권지해

근무교대


지아는 잠을 잘 때, 발로 주변을 확인한다. 엄마든 아빠든 오빠든 잠결이라도 주변에 누군가 있음을 확인해야 잠이 든다.


혜은 씨는 교대 근무를 한다. 주말이라든가 공휴일의 개념 없이, ‘주간. 야간, 휴일, 대기’의 4일을 교대로 근무한다. 주간인 날은 아침 7시부터 저녁 19시까지 근무, 야간인 날은 오후 19시부터 다음 날 아침 7시까지 근무. 휴일인 날은, 밤샘 근무한 당일 오전부터 다음날까지가 휴일이다. 대기인 날은 집에서 쉬고 있거나, 주간 근무인 팀에서 사람이 없을 때, 대신 근무를 선다. 4일을 주기로 계속 순환, 교대 근무를 한다. 그로써 아이들은 4일에 한 번, 엄마가 야간 근무인 날, 아빠와 잠을 잔다.


신혼 때 샀던 퀸 사이즈의 큰 침대에, 싱글 침대 하나를 붙였다. 네 사람이 잠을 자기에 넓다고 하기엔 좁고, 좁다고 하기에도 좁다. 네 명이 가만히 숫자 1로 잠을 자면 충분히 넓다. 아이들은 잠을 잘 때, 시작은 ‘숫자 1’로 시작하지만 잠시 후 잠이 들면 한자 ‘한 일(一)’자로 모양을 바꾼다.


‘한 일(一)’자만 되어도 감사하다. 아이들은 옆으로 누운 ‘큰 대(大)’자로 잠을 잔다. 아이들이 '큰 대(大)' 자로 잠을 자면, 아빠는 새우잠을 잘 수밖에. 잠을 자는 형태를 지적하면 안 되지만, 왜 이불은 덮지 않는 걸까. 여름이야 덥기에 그렇다지만, 겨울에는 추운데, 왜 이불을 걷어차고 덮지 않는 것인지 이유를 잘 모르겠다.


네 명이 잠을 잤던 침대에서, 세 명이서 잠을 자니 공간의 여유가 있다. 평소에는 양 구석에 엄마, 아빠가 위치한다. 그 사이에 엄마 옆에는 지아가, 아빠 옆에는 지율이가 잠을 잤다. 두 어린아이가 가운데에서 잠을 자는 모양이다. 그런데 엄마가 없으니, 가운데의 개념을 두고 두 아이가 싸움을 한다.


서로 자신들이 가운데에서 자겠다 고집을 부린다. 지율이는 아빠와 지아를 양 옆에 두고 가운데에서 자겠다 말하고, 지아는 오빠와 아빠를 양 옆에 두겠다고 고집을 피운다. 싸움을 할 때마다 결론은 아빠가 가운데에서 자는 것인데, 신기한 건 엄마가 당직일 때마다 이 싸움을 반복한다.


오늘 아내는 야간 근무다. 밤이 되니 또 싸움의 시작이다. 결론은 이미 나 있다. 아빠가 가운데에서 자는 것으로. 지율이가 한 마디를 한다.


“내가 원하는 대로 된 적이 한 번도 없어.”

“대체로 우리 집에서는 네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니? 그리고 침대에서 잠을 자는 위치는 네 마음대로만 하는 게 아니라, 모두의 의견을 모아야 하는 거잖아.”

“어쨌든 내가 원하는 대로 되는 건 아니잖아.”

“지율아, 서로 얘기해서, 원하는 것을 맞춰 가야지. 너만 원하는 대로 다 할 수는 없어. 적어도 서로에게 불평이 없는 방법을 찾아야지.”

“하지만 내가 가운데에서 자고 싶단 말이야. 항상 아빠가 가운데잖아.”

“그건 지율이, 지아의 합의에 의해서였던 거잖아. 합의했던 사항에 대해 갑자기 문제 있다고 말하면 어떻게 하니? 만약 아빠가 가운데에서 자는 게 싫으면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자.”

“어떤 방법?”

“우리 셋이서 순서대로 가운데에서 자는 거야. 오늘은 지아가 가운데에서 자고. 다음 밤에는 지율이가 가운데에서 자고.”


나름 합리적인 방법을 제안했다. 만약 지율이에게 오늘 밤 먼저 가운데에서 잠자기를 권한다면, 다음번에도 지율이가 가운데에서 자고 싶다고, 합의를 어길 것이라 예상했다. 그래서 지아 먼저 가운데에서 잠을 자자는 제안을 건넨다. 물론 다음 반응도 알고 있다. 절대 싫다고 하겠지.


“싫어. 내가 먼저 가운데에서 잘 거야. 그다음에 지아가 가운데에서 자면 되잖아. 내가 오빠니까, 내가 먼저 가운데에서 잘 거야.”

결국 예상했던 대로의 진행.


“알았어. 지율아, 오늘은 네가 가운데에서 자자.”

“지아야. 오늘은 오빠가 가운데에서 먼저 자자. 다음번에는 네가 가운데에서 자고.”

“시러.”

“아니, 지아야, 그러니까 다음번에는 네가 가운데에서 잘 거니까 똑같은 거야.”

“시러. 시러. 지아가 가운데. 지아가 가운데.”


발음도 잘 되지 않는 녀석이 싫다는 말과, 가운데를 고집한다. 33개월 된 어린아이. 말을 하기는 하지만, 명확한 발음으로 의사를 표현하지 못한다. ‘응’과 ‘아니’라는 말을 한다. 그 이 외의 말을 하려고 하지만 잘 알아듣지 못하겠다. 지아 입에서는 말이 탁 터져 나오지 않는다. 듣는 사람도 답답하겠으나, 본인은 얼마나 답답할까.


말을 잘 못한다고 여겨서였을까. 지아에게 잠을 어떻게 잘 것인지에 대해 물어보지 않았다. 지율이에게 합의를 하자 말해 놓고는, 정작 지아에게는 의논하지 않았다. 지율이에게 잠을 자는 위치에 대한 고민을 하고, 가운데에서 자는 방법에 대해 설명을 했으며 해결책을 내놓았다.


지아에 대해서는 아니었다. 지율이와 합의한 사안에 대해, 일방적으로 통보해 버렸다. 지아가 일방적으로 통보를 했다는 사실을 알고, ‘싫어’ 한 것은 아닐 터이다. 그저 어린아이의 무조건적인 고집일 수 있다. 분명한 건, 잠을 자는 위치에 관한 내 사고는, 일방적으로 지율이에게 맞추어져 있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부모가 잘 안다


지아는 잠을 잘 때에는 기저귀를 차기 싫다고 말을 하더라도 억지로 기저귀를 찼고, 반찬이 소시지가 먹고 싶다고 하더라도 미리 준비해 둔 반찬을 먹게 했다. 지아에게는 무엇이든 미리 부모가 정했고, 정해진 바대로 행동했다. 33개월 된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부모가 알고 있다는 전제. 어린아이가 무슨 말이 통하겠느냐는 편견. 아이를 부모가 본인보다 더 잘 안다는 인식이었다.


“지아야. 미안해. 아빠가 잘못했어. 오빠랑 다시 이야기하자. 지아도 같이.”

“지율아, 누가 가운데에서 자느냐는 문제 말이야. 아빠가 실수했어. 지아랑은 먼저 누가 자는지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어. 세 명이서 순서대로 가운데에서 잠을 자자고 한 것 역시 지아에게 말하지 않았어. 그건 잘못된 것 같아. 우리 지아랑도 누가 먼저 가운데에서 자는지, 가운데에서 순서대로 자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 의논해 보자.”

“좋아. 지아야. 오빠가 먼저 자도 될까? 다음에는 네가 먼저 자. 내가 오빠잖아. 그러니까 오늘은 오빠가 먼저 잘게. 내일 오빠가 초코도 사 줄게.”

“시러.”

오빠의 의견도 싫다고 말한다.


“오빠가 초코도 사준다고? 지아야 좋겠다. 오늘 밤은 오빠가 가운데에서 자도 될까?”

“시러. 시러. 지아 가운데.”

“우이... 것 봐. 아빠. 지아는 말이 안 통한다니까. 그러니까 그냥 내가 가운데에서 잘게. 다음에 그냥 지아가 가운데에서 자면 되잖아.”

“안 돼. 그건 아니지. 지아가 합의하지 않으면 예전에 합의했던 바대로 아빠가 가운데에서 잘 거야. 합의 없이, 지아 동의 없이 네가 가운데에서 자는 건 안 돼.”

“아!!! 지아는 말을 못 하고, 말이 안 통한다니까.”

“지율아, 아니야. 지아가 좋을 땐 좋다고, 싫을 땐 싫다고 하잖아. 지금도 분명히 싫다고 말을 한 거고. 그러니까 우리는 서로 의견을 존중해야 해. 나이가 어리다고, 동생이라고, 무시하면 절대 안 되는 거야.”

“알았어. 알았어. 그럼 아빠가 오늘도 가운데에서 자. 것 봐. 뭐든 내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잖아. 나 잘 거야.”

“응. 미안해. 지율아. 하지만 마음대로 되는 게 없어도, 문제와 관련된 모두와 합의하고 동의하는 게 중요한 거야. 잘 자 아들.”

"알았어. 잘 자."

“지아는 아빠가 가운데 자는 거 괜찮아??

“응. 좋아.”

“그래, 지아 잘 자.”

“아빠. 잘 자.”


33개월 아이도 생각이 있다


지아가 어려서 잊어버릴 때가 있다. 우리는 각각의 생각을 가진 자연인이다. 아무리 어리다고 하여도 생각과 의지가 있다는 것을 잊을 때가 있다. 지율이가 나이 듦에 따라, 사고가 자람에 따라 여러 대화를 한다.


지율이의 성장이 대견하고 기쁜 적이 많다. 그로 인해, 그보다 4살 어린 지아는 아기로만 보였다. 무엇을 먹을지, 어디로 갈지, 어떤 놀이를 할지를 모두 부모가 미리 결정하고 제안했다. 지아가 점차 언어를 배우고 익히기 시작한다.


언어를 배움은, 하나의 세계를 배워 나가는 과정이다. 아이들은 말하는 단어가 늘어남에 따라 사고가 확장된다. 경험하는 세계가 많아지면, 단어의 사용 역시 많아진다. 말하는 방법, 주변에서 하늘 말들은 어린이들의 성격과 사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부모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아이라면, 수동적이거나 제한적인 사고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 다양한 선택지를 준다면, 아이는 다양한 사고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 난 아이들이 수동적인 아이로 자라길 바라지 않는다. 많은 것을 보고, 많이 선택하고, 많이 고민할 수 있도록 돕는 아빠이고 싶다.


지아가 침대의 가운데에 눕든, 아빠가 가운데에 눕든. 지아가 먹고 싶은 것이 스낵 과자이든, 젤리이든. 많은 것들에 대한 선택권을 지아에게 주고 싶다.


‘나이가 어려도 하고 싶은 것이 있고, 하고 싶지 않은 것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을게. 네가 하는 말을 열심히 들을게. 함께 고민하고 결정하자. 아빠는 항상 네 선택을 존중하려고 노력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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