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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바른 Nov 04. 2018

오늘의 사물 : 나답게의 끝엔 메달이 있네


 JTBC 서울 마라톤에 다녀왔다. 태어나 처음 해본 마라톤이다. 슬로건은 #달리자나답게


 달리기를 시작하면서 마라톤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해보고 싶으면 해야 하는 성격이라, 접수를 하고 나니 그 다음부터 걱정이 됐다. 나름 꾸준히 연습을 했다. 디데이는 생각보다 더 빠르게 왔다.


 새벽 다섯 시 이십 분, 무의식 중에 알람을 끄며 더 자고 싶다고 생각했다. (새벽 다섯 시까지 밤새는 건 쉬워도 일어나긴 어려운 올빼미 족이다.) 대충 잠바를 걸치고 밖으로 나오니 달이 떠 있다. 새벽 다섯 시엔 깜깜하구나.


 종합운동장 역에 도착하니 일곱 시. 달리는 시간까지는 한 시간 정도 남아있었다. 외투를 벗고 탈의실에 짐을 맡기니 제법 춥다. 달리기 고수 포스를 풍기는 분들이 많았다.


 스트레칭을 하고 뛸 준비를 마쳤다. 우리는 뒷 부분에서 출발했다. 앞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뒤를 돌아보니 휑했지만 평소에 달리는 속도를 유지하는 게 중요했다. 우리의 목표는 완주였다.

 

 4km 즈음이었을까, 맞은편엔 이미 반환점을 돌아 뛰어오는 사람들이 보였다. 앞선 그들을 보며 우리의 속도를 유지하자고 반복해서 말했다.


 터닝포인트, 포카리 스웨트가 이렇게 맛있었나.


 점점 숨을 쉬는 박자가 빨라졌을 때쯤, 7km였다. 흘긋 뒤를 돌아보니 우리 뒤에 사람이 많았다. 기분이 묘했다.


 한 살씩 나이가 늘 수록 주변의 속도가 신경쓰인다. 나는 좀 느린 것 같다, 고 여러 번 생각했다. 스스로를 위로했다. 계속해서 내 속도로 걸으려고 자꾸만 되뇌었다.


 만약 욕심을 냈더라면 뒤처졌을지 모른다. 내 속도를 유지하니, 완주할 수 있었다. 나답게 달리니, 피니쉬 라인에 도달할 수 있더라.


 그렇게 나다운 뜀박질 끝에 완주 메달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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