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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수진 Apr 16. 2018

자기합리화의 늪

102번째 이야기

 나는 긍정적이다. 가끔은 너무 긍정적이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안되는 일도 그렇게 생각하고 바라본다. 삶에는 흐름이 있다고 믿어서 그 흐름에 자주 몸을 맡기곤 하는데 그 흐름은 자주 열정 - 휴식 - 평온 - 휴식 - 열정 이 순서로 찾아온다. 나는 저 휴식의 시간이 긴 편이다.


같이 일하는 매니저님께 저는 체력이 너무 부족해요. 그래서 잘 쉬어야해요. 하고 말했더니 너가 너 스스로를 너무 약하게 생각하는 거 같다고 말해주셨다. 그러고보면 나는 나를 낮게 판단하고 있었다. 나는 원래 이렇고 저렇고 그런 사람이니까 이러는 게 당연한 거야. 하면서.


얼마전 운동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마음이 좋지 않으니까 쉬어야겠다! 하고 다짐을 했는데 문득 나는 늘 이런식으로 시작을 멈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의 말이 생각난다. 할머니는 늘 나에게 -버릇하니까 그러는거야. 하고 말씀하셨다. 맨날 누워버릇하니까 게을러지는거야- 하면서.


매번 피곤하면 안가고, 귀찮으면 안가고, 나에게는 안갈 이유가 너무 많았다. 안가는 버릇을 들이고 있었던거다.


더 나은 세상은 기존 방식을 벗어나서야 생기곤 했다. 그림도 마찬가지였고, 여러모로 나에게는 안정감은 큰 힘이지만 가끔은 큰 독이기도 하다.


나에게 매일의 기회가 주어지는데 어쩌면 나는 그 기회들이 나의 것이 아니라며 일찌감치 포기하고 바라보는 걸지도 모르겠다. 늘 그랬듯이.


늘 그랬듯이. 그래 늘 그랬듯이.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늘 그랬다면, 이제는 달라져볼거다! 가끔 부딪히는 게 너무 두렵고 무섭게 느껴질 때면 나의 청춘을 생각해보곤 한다. 그러다 다시 모든 게 끝났다고, 이미 많이 흘렀다는 생각이 들 때면 아주 먼 미래의 나를 생각한다.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에게 분명 잘할 수 있을거라고, 지금이 기회라고 말해주고 있을 거라 믿는다.


브런치 글을 다시 보고있다. 나는 자주 좌절하고, 실망하고, 우울하다. 하지만 또 자주 긍정적이고, 도전적이고, 용기있다. 언제나 한결같을 순 없다. 늘 같은 속도로, 같은 기분으로 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분명한 건 좋아지는 순간은 온다는 거다. 지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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