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피형 인간의 연애

120 번째 이야기

by 임수진

애착 유형 테스트를 알게 되기 전까지 나는 내가 회피형의 사람인 지 알지 못했다. 성인이 되어 한 첫 연애에서 도망치고 싶었던 욕구, 상대가 다가올수록 싫어지던 마음, 만날수록 단점만 유독 보이던 그 마음들이 그저 나만의 문제라고 여겼다. 그래서 그 당시의 나의 고민은 보통 이것이었다. '누가 날 좋아하면 싫어져요'


나에게는 몇 번의 연애가 있었다. 그 연애 중 두 번은 모두 같은 패턴을 나타내다가 끝이 났는데 연애 불량품이 된 느낌이었다. 서로 사랑하며 연애를 하는 사람들이 신기했고 나는 저주에 걸린 건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연애가 길었든 짧았든 그 안에는 얻는 것들이 있다. 나는 이전 두 번의 연애로 상대의 문제가 아닌 내 마음의 문제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좋아서 만나도 결국에는 혼자 겁먹고 도망치는 것. 회피형이었던 거다. 연애 상대 중 가장 까다로운 유형이 회피형이라고 하는데, 이유는 연인 사이와도 벽을 치고 개인만의 공간을 유지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라 갈등에 있어서 대화보다는 회피하려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자칫 잠수를 타거나 섣부른 이별통보를 해버린다.


지금의 내 남자 친구를 만났을 때도 여전히 나의 회피 성향은 다분했다. 다가오면 밀어내고 싶었고 가까워지는 일이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그래서 초반에 잦은 충돌이 있었고 그럴 때마다 나도 내 마음을 조절할 수 없어서 괴로워하곤 했다. 우리의 관계가 잘 이어지게 된 계기는 남자 친구의 이해심 덕분이었다. 나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고 섬세하게 나를 배려해주었다. 오히려 나의 시간을 보장해주고 나에게 선택권을 주니 마음이 한결 편안했다. 여전히 불안하고 힘든 시기였지만 남자 친구의 배려 덕분에 내가 조금 더 안정적으로 마음을 열고 서로의 공간으로 갈 수 있었던 것 같다.


늘 연애를 실패하던 나에게 사람들은 언젠가 마음 맞는 짝을 만나게 될 거라고 말하곤 했다. 그 시절의 나는 그 말이 터무니없다고 느꼈었는데, 어느 순간 나도 누군가에게 그 말을 하고 있었다. 언젠가 삶은 자연스레 나에게 어울리는 사람을 데려다준다고 말이다.


<갑자기 카카오뷰에 떴네요. 하지만 지금은 헤어진 상태랍니다ㅎㅎ 그래도 회피적 성향은 전남친 덕분에 많이 좋아졌어요. Thank you, n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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