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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수진 May 20. 2021

20대는 처음이라

나에게 솔직하게

고등학교를 졸업했을 때 내가 다짐했던 것 중 하나는 절대 나를 괴롭히면서 공부하지 않겠다였다. 고3 때 하던 공부에 신물이 났던 거다. 이제 시작인지도 모르고.


멀리 볼 줄 모르던 나는 막연히 20살이 되면 자유가 찾아올 거라고 믿었다. 더 이상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되고, 자유롭게 원하는 옷을 입으며 주변에 많은 20대 언니 오빠들처럼 지내는 그런 자유. 물론 선택이라는 자유가 나에게 주어졌지만 나는 그 선택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다. 그래서 주변을 살폈고, 주변에서 하는 것처럼 나도 비슷하게 지내면 그게 맞는 거겠지 생각했다. 누군가와 겨루듯이, 꼭 승패가 나뉘는 것처럼 나의 날들을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며 이유도 모른 채 열심히 지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는 걸 처음 알게 된 게 스물셋이었다. 나도 모르게 내 마음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살기 싫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숨 막히는 게 정말 삶이라면 왜 살아야 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었다. 당시에는 인정하기 싫었지만 정말 은둔자처럼 어두운 방에서 침대에 누워있거나 근처 카페에서 다이어리를 끄적이며 하루를 보냈다.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기 싫었으니까. 스물셋의 나는 내가 늦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금 이래도 될까? 저래도 될까? 하며 고민했다. 그 고민은 스스로에게 묻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받아들여지냐 아니냐 하는 거였지만 말이다.


성급한 판단일 수도 있겠지만 누구에게나 이런 시기가 찾아온다. 스스로를 되돌아보며 타인을 배제하고 온전히 나의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시기. 데미안의 새가 알을 깨고 나오는 것처럼, 사회가 개인에게 강요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는 시기.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이미 지난 일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지만), 덜 걱정하고 더 좋아하는 일을 찾으라고 말해주고 싶다. 기죽지 말고 네가 즐거운 일상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요즘도 주변을 의식하게 될 때면 스스로에게 꼭 다짐하는 말이 있다. 정말 내가 즐겁고 기쁜 하루를 보내자고. 있어 보이는 척하지 말고 내 마음이 진정으로 즐거운 하루. 결코 자신은 속일 수 없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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