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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수진 Aug 03. 2021

일상을 배영하듯

그렇게 조금은 힘을 빼고

 초등학교 6학년 때 우연한 기회로 수영을 배웠다. 처음에는 둥그런 판을 잡고 둥둥 떠다니며 발차기를 연습을 했는데 조금 나아졌을 땐 물 밖으로 나와서 자유형의 팔 움직임을 허공에서 연습을 했다. 무언가를 배울 땐 실전에 앞서 더 많은 것을 연습해야 한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영법은 단연코 배영이었다. 움직임이 많고 숨 쉬기 바쁜 다른 영법들 보다 배영은 비교적 수월했다. 또 좋아한 한 가지 이유로는 둥둥 떠있을 때 느껴지는 특유의 편안함 때문이었다. 물 안에 귀를 담그고 천장을 바라볼 때면 그곳에 나 혼자밖에 없는 것 같았다. 사람들의 목소리도 웅웅 울릴 뿐 뚜렷하지 않으니 차분해지기 좋았다. 그렇게 혼자 둥둥 떠 가다 보면, 어느새 레인의 끝에 닿아 다시금 돌아오곤 했다. 좋아하는 일은 잘한다고 했던가. 얼떨결에 관내 수영대회 배영 부문에서 동메달을 땄다. 다른 영법은 전부 까먹었어도(지금은 개 수영만 할 줄 안다) 배영만은 어느 곳에서도 잘한다. 특히 목욕탕 찬물에서.


 배영은 편하게 힘을 빼고 물 위에 누우면 된다. 가장 중요한 건 힘을 빼는 일인데, 자칫 힘을 주었다간 그대로 가라앉아 코 속으로 물을 가득 먹게 된다.


 요즘은 이상하리 마치 일상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경직된 느낌이었고 괜한 부담감을 느꼈고 머리가 무거워서 나아가기가 힘든 정도. 그런 나의 일상에 배영이 필요했다. 힘을 빼야만 나아갈 수 있는 배영. 어릴 적 그때의 감각을 되살려 일상에서 그 기법을 해보기로 했다. 비록 하루일지라도 그 하루의 힘은 생각보다 클 테니 말이다.


 매일 할 일을 생각하며 일어나던 하루를 아무런 부담 없이 일어나기. 최소한의 힘을 주며 일상이 나아가게 하기. 제때 숨쉬기. 이렇게 다 했다면, 당신은 일상 속 배영의 금메달리스트! 


 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생각을 하는 것과 그것을 실천하는 일은 천지차이다. 가끔은 힘을 빼며 그저 하루가 흘러가는 대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괜찮을 때가 있다.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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