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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수진 Jan 04. 2022

바다가 나에게 들려준 이야기_2

중심을 잡을 때야


 파도가 잔잔한 날보다 조금 센 날이 서핑하기 더 좋다. 일단 밀어주는 힘이 있어야 그 파도를 잡든지 말든지 할 수라도 있으니.


 이 날은 파도가 꽤 좋은 날이었다. 어느 정도 꾸준하게 파도가 올라오고 밀어주는 힘이 세서 파도 잡는 연습하기에 딱이었다. 그런데 마음과는 다르게 파도가 밀어줄 때의 힘이 너무 강해서 바로 물속으로 고꾸라졌다. 파도 온다! 자세 잡는다! 으아아 빠진다! 의 연속. 이건 뭐 빠지는 연습을 하러 온 건가 싶을 정도로 파도한테 당하기만 해서 겁을 잔뜩 먹은 상태였다. 서핑할 때 중요한 건 시선이다. 시선을 정확히 내가 가고 싶은 방향을 보고 있어야 그쪽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론은 빠삭하지만, 실제로 할 때의 내 시선은 이미 바닥을 향한다. 타기도 전에 준비를 하는 거다. 이 안에 빠져서 물 덜 먹을 준비. 


 이렇게 파도한테 당하기만 하는 모습을 본 아는 사장님이 답답했는지 한마디 하러 오셨다. 

 "파도가 너를 민다고 그대로 빠지지 말고, 양 팔에 힘을 꽉 주고 중심을 잡아. 네가 중심을 잘 잡고 있으면 그 파도를 네가 잡고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어. 시선은 앞에 보고!" 


 그 한마디에 왠지 강한 의지가 생겨서 한번 더 도전하기로 했다. '그래! 파도야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 하면서. 그런데 그렇게 거칠게만 느껴지던 파도가 사장님이 시키는 대로 했더니 나를 태워주는 게 아닌가? 얼마나 짜릿하던지 아직도 그 순간이 뚜렷하게 기억이 난다. 파도와 함께 부드럽게 나아가던 장면.


 그때의 그 감각이 여전히 남아있다. 거친 파도를 내가 잡고 나아가던 그 순간. 잡을 수 없을 것만 같은 파도가 잡혔을 때의 순간.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이 감각을 잊지 않고 삶에 적용하기로 했다. 삶에서도 바다와 비슷하게 거친 파도가 몰려올 때가 있다. 그 파도를 하염없이 맞으며 물 먹을 때가 많았지만 이제는 그 파도 위에서 어떻게 중심을 잡을지 생각한다. '지금 내가 가야 할 곳은 어디지?' '그래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여러 질문들과 함께 준비를 하고 행동을 통해서 중심을 잡는다. 


 겁이 많던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것, 그날 바다가 나에게 해주었던 이야기. '빠지기만 했다면 이제 한 번쯤 중심을 잡아도 괜찮지 않겠어? 네가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어. 네가 중심을 잘 잡고 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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