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올해 3월에 언니와 잠시 제주에 다녀왔다. 그 기간 동안 엄마와 동생이 와서 함께 시간을 보냈는데 일정 중 하나로써 작은 오름 하나를 올랐다. 가장 먼저 언니가 올라가고 다음으로 나, 동생, 엄마 차례차례 오르기 시작했다. 오름이 꽤나 가파르고 높아서 씩씩하게 올라가는 언니와 달리 우리 셋은 헥헥 거리며 버티듯이 올라갔다. 숨이 차서 잠시 쉬고 있을 찰나 아저씨와 아주머니 두 분이 오시더니 "아우~ 이건 아직 시작도 아니야~ 저 위에 더 힘들어~" 하며 겁을 주듯 말했다. 그 말을 듣고선 동생과 엄마는 우린 못 올라가겠다며 포기하고 내려갔다. 다 같이 정상에 오르길 바랐어서 크게 아쉬운 순간이었다.
이미 올라온 길이 아쉬웠던 언니와 나는 계속 오르기 시작했는데 두 분의 말과 달리 허무하게도 금방 정상에 도착했다. 올라왔던 길보다도 짧은 길을 조금만 더 오르면 됐던 거였는데.. 그분들이 왠지 모르게 원망스러웠다. 우리가 지쳐있을 때 "조금만 더 올라가면 돼요~ 이제 금방 도착이에요"라고 말해주셨다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과 함께 내려오며 우리는 지쳐있는 이들에게 "이제 10분만 걸으면 도착이에요~ 진짜 다 왔어요" 하고 건네주었다. 그리고 그분들은 그 말에 기뻐하며 더욱더 열심히 오름을 오르기 시작했다.
오며 가며 나누는 작은 인사, 다정한 안부, 자그마한 응원이 우리 안에 켜켜이 쌓여 조금 더 살아봄직한 날들을 만들어준다고 믿는다. 말에는 분명한 힘이 있다. 어떤 말은 마음에 남아서 아주 먼 길도 걸을 수 있게 해 주고, 어떤 말은 벽이 되어서 나아가는 길을 막아서기도 한다. 내가 내뱉는 말이 누군가에게 크고 작은 힘이 되길 바라며 오늘도 내 말 그릇을 유심히 바라보며 닦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