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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수진 Jan 19. 2024

관광경영이 나에게 알려준 것

20대의 토대

내 전공은 관광경영이다. 대학교를 다닐 때도 다닌 이후에도 자주 '어휴, 대학 쓸모도 없는 거! 이 전공 살리지도 않을건데!'하고 불만을 품었었다. 그것도 그런 것이 원래 유아교육과를 희망하다가 고3 막바지가 되어서 뜬금없이 관광경영학과에 지원하게 되었고 얼떨결에 원하는 대학에 붙어 오게 된 것이었다. 단지 나중에 취업이 더 잘 될 것이고 관광은 더 활성화될테니까 좋을 것이다. 라는 판단하에 선택한 일이다.


하지만 역시 이런 마음으로 오게 된 학교는 영 재미가 없었다. 전공책은 거의 10여년전에 발행된 책처럼 생겼고 스마트한 세상에 학과 수업은 마치 과거의 공부를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게 무슨 소용이람? 하며 불평불만하는 것이 나의 특기였다. 그렇게 학기중 2년의 휴학과 1년 반의 유예를 걸치며 한국나이 28살에 드디어 대학을 졸업했다. 여태 낸 등록금이 아까워서라도 졸업장을 받아야겠다 싶었다.


그리고 3년이 흘렀다. 그 사이 코로나가 터졌고 난 역시나 전공을 살리지 않았고 어쩌다 작가의 삶을 살고 있다. 그러다 올해 문득 지금까지 불만으로 가지고 있었던 내 전공이 참 나에게 많은 것들을 가르쳐주었다는 걸 깨닫고 있다. 허송세월이라고 생각했던 전공과 교양이 알고보니 나의 일상에 전부 녹아들어와 있었다. 게다가 그땐 몰랐는데 난 그것들을 모두 좋아하는 사람이 되어있다. 식음료 시간에 배운 와인, 호텔경영 시간에 알게된 다양한 호텔 브랜드, 회계 시간에 했던 모의주식투자, 교양 과제 덕분에 다녔던 뮤지엄, 단기어학연수로 다녀온 영국까지. 지금 나의 토대를 세워준 것이 모두 나의 전공이었다. 관광과 경영을 모두 배울 수 있었던, 알고보니 나에게 완벽하게 맞는 전공이었다는 걸 새삼 느낀다.


그때는 힘들었지만 이제 돌아보니 그 모든 것들이 다 필요한 시간이었음을 깨닫는다. 그 덕분에 지금의 삶을 살 수 있게 된 거라고. 드디어 내 전공을 사랑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관광경영을 전공한 건 사실 큰 행운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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