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번째 이야기
나는 항상 나를 규정하려고 한다. 나는 어떤 사람 인지. 나는 내가 밝고 긍정적인 사람이었으면 싶었다. 그래서 우울이라는 감정이 생길 때 마다 그 감정은 나쁜 감정이라고 여기고 숨겨왔다. 우울할 땐 더 즐거운 척을 했다. 그러면 우울이 사라질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되려 우울은 숨길 수 없이 커졌다.
작년은 그 우울이 컸던 시기였다. 정말 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작년 1월에 쓴 다이어리에는 내 삶이 무채색이 된 것 같아 라는 말이 적혀있었다. 그 당시에는 정말 삶이 어두운 색으로 덮여있는 느낌이었다. 늘 카페에 가서 그냥 창만 보고 앉아있었다. 그러다가 집에 돌아오곤 했다. 아직도 그 날을 생각하면 무섭고 슬프다.
요즘은 내 모든 감정을 받아들이기로 마음 먹었다. 오히려 그렇게 되니까 훨씬 편해졌다. 물론 우울하거나 기운이 없을 때 역시나 힘들지만 그래도 그 감정에 엄청나게 휩쓸리진 않는다.
5개월 동안 그림을 매일 그리고 있다. 모든 그림에 그날의 감정들이 다 담겨있다. 우울할 땐 우울하다는 그림을 그리고 즐거울 땐 즐겁다는 그림을 그린다. 초반에는 늘 불만이 많고 짜증이 많았는데 요즘은 행복하다는 말로 가득차있다. 정말 그림을 그리는게 나에게 너무 많은 기쁨을 준다.
물론 지금 이 기분이 다시 안좋아질 날이 올거라는걸 안다. 늘 안좋아지는 순간이 두려워서 지금의 기쁨을 즐기지 못했었는데 이제는 맘껏 즐기려고 한다.
오롯이 지금에만 집중하며 살자. 불투명한 미래에 내 행복을 맡기지 말자. 지금, 여기 내가 가진 것들에 늘 감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