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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케치 Mar 30. 2019

청춘, 8350원에 사주시겠습니까

노동 가치

살면서 느끼지 못한 것은

지구의 자전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스무 살 이후 몇 번의 쳇바퀴가 돌았을 그즈음에

하나 더 추가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햇빛 쨍쨍한 날에 아이스 아메리카노 속

얼음처럼 녹고 있는 청춘의 시간입니다.


청춘의 시간을 값으로 매겨보면 얼마일까요. 상대적으로 느끼는 시간이지만 국가가 정한 값어치는 매년 정해져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노동자와 기업 간 임금 결정 과정에 직접 개입해 임금의 최저 수준을 정하는데요. 일정 수준 이상 임금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강제함으로써 근로자 노동 가치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2019년 청춘의 가치는 시간당 8,350원입니다. 청춘의 한 시간을 팔아 책 한 권 사 읽기 어렵고, 영화 한 편 보기 제한적이죠. 그럼에도 오늘날 그마저도 팔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경기침체와 탐색 마찰로 일자리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운이 좋게 판매처를 구해 부지런히 일해도 청춘의 삶은 도무지 나아지기 어렵습니다. 분명 2018년에 비해 10.9% 값어치가 올랐음에도 왜 우리의 삶은 나아지지 않을까요. 이유는 청춘 경제지표로 알 수 있습니다. 청춘의 가치가 7,530원에서 8,350원으로 10.9% 올랐지만 택시 기본요금도 3,000원에서 3,800원으로 27% 상승하고 영화 관람가마저 12% 인상되었습니다. 지하철 요금도 16% 인상 계획이 발표되었죠. 그러니 한 달 생활비를 정산해본다면 지출이 더욱 많아져 실질 소득은 감소하게 됩니다.

 

사실 최저시급이 오르면 대부분 사업가는 당연히 최저시급 인상률보다 높게 상품 가격을 책정하거나 인력을 탄력적으로 운용해 손해보지 않으려 합니다. 많은 경제학자, 전문가가 최저시급 인상으로 청춘의 삶이 좋아지리라 주장합니다. 그래서 언젠가 만원을 넘겠죠. 그러나 만원을 넘더러도 우리네 삶이 나아지기는 사실 어렵습니다.


교환의 매개물인 화폐는 가치라는 관념이 부여되는데요. 한국은행에서 발행한 원화 화폐는 대한민국 국가 신용으로 발행되고 거래되는 것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사회 생산 인프라를 담보로 거래됩니다. 이 화폐를 가지고 대한민국 어디서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바밤바, 메로나를 사먹고 연극이나 야구를 관람할 수 있게 되죠. 따라서 최저시급 인상은 사회 인플레이션을 야기할 뿐, 시간을 팔아 얻거나 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제한적입니다.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 가겠습니다. 자연물은 본래 가치가 없습니다. 뒷산에 아무리 달래, 냉이가 많아도 뒷산에 그대로 있다면 아무런 가치를 갖지 않습니다. 우리가 식당에서 달래와 냉이로 만들어진 비빔밥을 먹고자 지불한 값은 산에서 달래, 냉이를 시장으로 운송하고 가공하는데 들어간 노동 가치를 의미합니다. 바다에 있는 물고기도 마찬가지겠죠. 바다에 있는 고등어는 아무런 가치를 지니지 않습니다. 고등어조림으로 치르는 값에는 고등어를 잡은 어부의 노동 가치와 고등어를 시장까지 운반해서 판매하는 상인의 노동가치 그리고 주방에서 조리한 요리사의 노동 가치가 모두 포함되었습니다. 이렇게 상품은 노동이 들어간 만큼 가치를 지닙니다.


노동 가치는 크게 두 가지 사실을 전제로 하는데요. 첫째로 노동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노동 결과물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비빔밥, 고등어조림 모두 결과물이 있어야만 값을 치르고 살 수 있습니다. 노동이 투입되어도 조리과정에서 음식이 상해 결과물이 없다면 그 음식은 상품으로 가치를 지니지 않게 되죠.

상품 가치는 다시 사용 가치와 교환 가치로 구분됩니다. 사용 가치는 상품을 쓰면서 발생되는 효용을 말하며 교환 가치는 다른 물품으로 바꾸는 권능을 말합니다. 청춘의 시간은 높은 사용 가치에 비해서 교환 가치는 매년 정해져 있습니다. 그래서 1999년 청춘, 2009년 청춘, 2019년 청춘, 앞으로 2029년 청춘, 어느 시대든지 우리의 시간을 팔아서 우리가 얻거나 할 수 있는 교환가치는 매우 낮을 것입니다. 즉 우리네 청춘의 시간을 팔아서 삶이 나아지기가 어렵다는 이야기죠.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어디로 가야 할까요.


먼저 우리는 우리의 노동 가치를 사용 가치와 교환 가치로 나눠야 합니다. 다음으로 가치별로 인정받는 일을 찾아야겠죠. 먼저 교환 가치가 큰일을 찾아봅시다. 청춘의 시간을 제값으로 인정받는 일은 동일 노동 가치로만 평가받는 아르바이트가 아니라 차등 노동 가치가 인정되는 일입니다. 예를 들자면 삶에 플러스를 만들어가는 한화금융그룹 엠버서더, 삼성전자에서 지원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 활동인 리포터즈, 현대자동차그룹 문화교류 프로그램인 해피무브, LG그룹이 제공하는 문화탐방 프로그램 글로벌 챌린저 등입니다. 이밖에도 청춘의 시선과 생각에 높은 가치를 주는 공모전이 있습니다. 공모전은 우리네 노동 가치를 제값에 인정받는 더할 나위 없는 생산적 활동이라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사용 가치가 높은 일입니다. 사용 가치는 스스로 가치를 부여해서 효용이 높은 일을 찾으면 됩니다. 벌기 위한(earning) 아르바이트가 아니라 배워 보고(learning) 싶은 일을 한다면 우리가 파는 청춘의 시간에 스스로 더 많은 노동 가치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또한 그 시간이 진정으로 자신을 알아가는 시간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값진 사용 가치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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