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의 소득세
경제적 진리가 우리를 자유롭게 하리라
노벨경제는 대한민국 재린이, 주린이, 부린이를 위해 세상 어디에도 없는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대가들의 이론을 주식 투자, 부동산 투자 그리고 삶의 투자에 적용한 브런치북입니다. 각자 지닌 삶의 무게로 힘드신 청년 여러분, 본 연재가 그대의 삶과 투자에 좋은 나침반이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건투를 빕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자기 계발 서적이 베스트셀러에 많았으나 오늘날 베스트셀러 대부분이 에세이라는 사실에 친구와 소주잔을 기울인 적이 있습니다. 주거니 받거니 그 이유를 열거해보건대 우리 사회에 닮고 싶은 롤모델이 없어서거나 혹은 사회 구성원이 더 이상 희망을 갖기가 어려워져서라고 추정했는데요. 어쩌면 헬조선이라 분노하던 사회가 이제는 포기하고 이를 인정해버린 단계까지 와버린 것은 아닐까 하며 상심한 서로의 빈 잔을 채우곤 했습니다.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은 말 그대로 개천에서 용 된 경우인데요. 중학교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그의 어머니는 미싱을 돌리는 여공이셨습니다. 어려웠던 가정 형편으로 대학 시절 아침에는 쇼핑몰 점원으로 일했고, 점심은 식당에서 서빙하며 끼니를 때웠습니다. 오후 수업을 끝마치면 다시 다른 일자리를 찾아다니기 일쑤였죠. 힘든 일상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정진하며 삶의 변화를 만들었던 그는 65세에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이후 프리드먼 삶 자체는 아메리칸드림의 상징이 되었고 오늘날도 많은 청년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있습니다.
가난한 이민자 가정에서 자란 프리드먼은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를 위한 필요조건으로 세 가지를 말했습니다.
먼저, 작은 정부 Small Government입니다. 시장에 개입할수록 이권을 둘러싼 부패나 폐단이 나타납니다. 이해관계자가 결탁해 특정 단체에 지원금 또는 사업권이 낙찰되는 개악이 반복되죠. 정당한 입찰 경쟁이 아니기에 정보 제약이 발생하고, 그 과정에서 인맥 자본 등 자본이 적은 경제 주체만 불리한 기울어진 경기장이 형성됩니다. 또한 절차가 많아 즉각적인 대응을 못해 효율성이 떨어집니다. 대표적인 큰 정부, 그리스는 금융위기가 오기 전에 취업자 4명 중 1명이 공무원이었는데요. 이후 국제통화기금 IMF 제안으로 공무원 수 26%, 임금 38%를 긴축하면서 시장 효율성을 높이는 혹독한 시간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두 번째, 음의 소득세 Negative Income Tax입니다. 우리나라는 소득구간별 6~42%를 과세하는데요. 이 중 6%는 1,200만 원 이하 소득에 대해 추징하는 세율입니다. 프리드먼은 이 구간별 소득에 있어 음의 소득세를 신설하자고 주장했는데요. 최저 생계비 부족액을 음의 소득세로 보완하여 어려운 저소득층에 복지 혜택을 집중하자는 취지였습니다. 저소득층에는 크게 기초생활수급대상자와 잠재 빈곤층인 차상위계층이 있는데요. 보여주기식 포퓰리즘이 아닌 선별적 복지로 일하는 가구의 소득 보상에 보다 집중하는 제도입니다. 사회 구성원의 근로 의욕도 증진되죠.
이밖에도 다양한 사회보장제도를 통합 운영하여 절차 및 유통 마진을 없애고 정보 격차로 인한 사각지대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 사교육 상품권 School Voucher입니다.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를 위한 마지막 필수 조건은 바로 교육 격차 해소인데요. 이 상품권으로 저소득층 학생에게도 배움의 기회를 주도록 제안했습니다. 우리나라는 교육비 부담을 줄이고자 사교육을 근절하려 하지만, 이미 기득권층은 위장전입 등으로 교육적 복지혜택을 이미 누리고 있습니다. 또한 막강한 정보력으로 의전원 특수 모집 등의 기회의 사다리도 독식하고 있죠. 따라서 국가가 근로자를 대상으로 제공하는 내일배움카드처럼 저소득층 학생에게 사교육 상품권을 나눠줘서 교육 격차를 줄일 필요가 있습니다. 미술이나 음악에 소질 있는 학생이 금전적인 이유로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제빵이나 미용, 소프트웨어 기술을 배우려는 학생에게 레슨의 기회가 있도록, 영어나 수학이 미비한 학생이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Q: 한 회사가 인도네시아에 공장을 짓고 시간당 3천 원에 그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게 옳은가요?
A: 근로자가 3천 원을 받는 게 속상한 일인가요? 정말로 속상한 것은 3천 원의 일자리가 그들이 가진 여러 선택지 중에서 최상의 선택이라는 것에 있습니다.
Russ Roberts, Invisible Heart:economic romance中
결국, 개천에서도 용 나는 사회는 결과의 평등이 아니라 기회의 평등이 보장된 사회입니다. 음의 소득세와 사교육 상품권으로 청년에게 선택지가 여러 개 있음을 알려줘야 하며, 작은 정부로 그 선택에 있어 제약이 고려되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시대는 어느덧 새로운 산업화 물결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한강의 기적으로 불린 우리나라가 아시아의 용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에 기회의 사다리가 튼튼해져야 합니다. 그리고 그 사다리로 우리 사회는 한걸음 더 도약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다음 26화는 “밀턴 프리드먼, 경제적 자유를 향한 사다리를 말하다’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