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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케치 Oct 07. 2020

로버트 쉴러, 금융 4.0 시대 투자를 말하다

내러티브 경제학

경제적 진리가 우리를 자유롭게 하리라


경세제민에서 유래한 경제란 본래 소통이었습니다. 어려움은 무엇이고, 괴로움이 어떤 것인지 물어보고 살펴야만 해결하고 나아갈 수 있습니다. 경기침체와 위기 속에서도 세상과 끊임없이 소통하던 노벨 경제학자가 말하는 경제적 진리는 풀리지 않는 의문에 대한 해답이었습니다. 앓는 소리조차 내기 어렵고 어두운 앞날에 한숨만 쉬던 청년도 경제적 진리로 하나, 둘 자유를 얻고 있습니다.


본 연재가 그대 삶과 투자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건투를 빕니다.



금융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18세기 영국이 민간 은행에 정부의 자금 조달 대행을 요청한 이례로, 19세기 미국이 황폐화된 동맹국을 위한 재건 계획 즉 마셜 플랜을 도입한 이후로 진화를 거듭해왔는데요. 그 결과로 다양한 재화를 증서 형태로 시장에서 쉽게 거래할 수 있게 되었죠. 이것이 바로 초기 금융 1.0인데요. 이후 20세기 인터넷이 도입되면서 대면 거래 방식이 비대면으로 바뀌었고, 이를 금융 2.0, 다음 모바일 뱅킹이 금융 3.0입니다. 이제 언제, 어디서나 금융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죠. 그리고 오늘날 금융 4.0이란 새로운 물결이 다가오고 있는데요. 금융 4.0 역시 기술 발전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바로 플랫폼인데요. 모바일 앱 App에서 플랫폼 Platform으로 시대는 다시금 변모하고 있습니다.


플랫폼 기업은 멤버십 제도를 만들어 회원 즉 사용자에게 마일리지 서비스를 제공하는데요. 아마존이나 네이버 멤버십을 떠올리시면 쉽습니다. 적립된 멤버십 마일리지로 플랫폼이 제공하는 재화와 서비스를 소비할 수 있는데요. 음악이나 영화 등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가전 등 재화를 쇼핑할 수 있죠. 마치 화폐처럼 사용 가능합니다.


이제 금융사는 IT기업과도 경쟁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는데요. 후기 정보화 사회의 특징답게, 네트워크 외부효과 Network Externality로 고객층 유입과 이탈이 쉬워졌고 승자독식 Winner Takes All 환경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네트워크 외부효과란 외부에서 일어난 변화가 네트워크 안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 현상을 말하는데요. 뉴욕 증시가 상승하면 몇 시간 뒤 국내 증시도 동반 상승하는 현상을 생각하시면 쉽습니다.


Network Externality

기존 대면 네트워크에서 인터넷, 모바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등을 거치며 금융을 이용하는 대다수 사용자의 정보 습득과 전이가 매우 빨라졌습니다. 정보 불균형이 해소된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네트워크 범위가 점점 커지면서 이기는 자가 전부 가지는 승자독식 환경 또한 만들어졌죠. 즉 슈퍼스타 효과가 나타난 것인데요. 예전에는 스포츠나 연예계에 국한된 현상이었습니다. 1등 가수나 금메달리스트가 모든 예능이나 광고를 독식한 상황을 기억하시나요. 이런 승자독식이 스포츠, 연예계를 넘어 패션, 출판 그리고 금융에도 전개되고 있습니다. 벌써 주식 투자에서 2030 밀레니얼 세대는 국내 코스닥이 아닌 미국 나스닥에 집중 투자하고 있는데요. 알파벳, 아마존, 애플, 테슬라 등으로 글로벌 자본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런 급진적 변화를 로버트 쉴러 교수는 내러티브 경제학 Narrative Economics으로 설명했는데요. 사전적 의미로 내러티브란 실제 또는 허구적인 사건을 서술 Writing 하는 것을 말합니다. 호소력이 높은 이야기는 여러 사람의 대화 주제가 되어 네트워크 내외로 빠르게 전파되는데요. 이내 언론의 헤드라인을 차지하기도 하죠. 정보 접근과 습득이 용이해졌다는 것은 그만큼 확산 또한 쉬워졌다는 의미니까요.

따라서 금융 4.0 시대에서 투자 시 프레임 Frame과 휴리스틱 Heuristic을 방과하면 안 됩니다. 조금 어려운 말인데요. 프레임이란 사실 자체의 판단이 아니라 정보를 습득하는 방식에서 발생하는 편향을 의미하는데요. 예를 들어 기술주는 무조건 우상향 한다거나, 주택 가격은 절대 하락하지 않는다거나, 대마불사 즉 대기업은 망하지 않는다는 식의 치우친 사고를 말합니다. 반면 휴리스틱은 직관으로 의사 결정하는 방식을 말하는데요. 두려운 감정이 지나친 걱정으로 나타나거나, 과거 경험을 맹목적으로 신뢰하는 편향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투자해야 할까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이야기에 노출되어 있는데 말이죠. 이야기에는 이해관계자가 의도를 갖고 퍼뜨리는 것도 있고, 믿을 수 있는 출처에 기반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야기는 원래 사실과 수치에 근거해 정보로서 가치가 결정되는데요. 가치 있는 이야기와 그렇지 않은 이야기를 우리는 구분해야 합니다. 먼저 새로운 이야기는 반드시 그 근거를 확인해 신뢰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또한 반대 이야기도 체크해야 하는데요. 네트워크 외부 논지를 비교한 후 스스로 결정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과거에 유사 사례가 있는지 확인해야 하는데요. 아주 오래전부터 진행된 금융이기에 대부분 과거 예시가 존재합니다. 혹여 일어난 적 없거나 또는 모르는 일이라도 경험에 의존해 단정지으면 안 됩니다. 네트워크 외부 영향으로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일이 오늘날 시장에는 충분히 나타날 수 있으니까요. 다시 말해서 네트워크 내외에서 습득된 정보를 선별적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금융은 경제 정책과 밀첩 한 관련이 있는데요. 아래 래퍼 곡선은 경제학자 아서 래퍼 Arthur Laffer가 재럴드 포드 Gerald Ford 정부 관료들과 함께 한 저녁식사 자리에서 냅킨에 그린 곡선으로 세로축은 세율, 가로축은 세수를 의미해, 세율이 상승할수록 세수가 늘지만 일정 수준 이상을 징수하면 오히려 세수가 감소함을 말합니다.  


Laffer Curve

큰 정부로 복지 국가를 꿈꾼다면 상단 부분에, 작은 정부로 경기 부흥 및 사회 인프라 투자 활성화를 유도하면 하단에 세수 정책이 수립되었는데요. 기존에는 곡선의 하단 또는 상단 부분에서 시장 반응 즉 기울기를 살피며 위로, 아래로 완급을 조절했습니다. 그러나 금융 4.0 시대에서는 정보 교류가 매우 빨라 기울기 변화가 크게 의미 없어졌습니다. 경기 부양 정책이든, 부동산 정책이든 시행령이 예고되면 그 즉시 네트워크 내 시장은 뜨겁게 반응하는데요. 이제 정책 유예 기간은 제도 허점을 찾아 악용하는 투자 기간이 돼버렸습니다.


무제한 RP 매입으로 유동성 확보에 나선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미국, 캐나다, 스위스, 중국은 제로금리 및 양적완화 정책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기존 경제학에서 철칙이 하나 있었는데요. 재정 지출은 세수 Tax Revenue를 절대 초과할 수 없다는 원칙이었습니다. 그러나 각 국은 부채를 계속 발행하고 있죠. 화폐를 계속 발행해도 괜찮다는 현대 통화 이론 Modern Monetary Theory이 새로운 기준으로, 즉 뉴 노멀 New Normal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데요. 통화 스와프 Currency Swap 체결로 이제 과한 인플레이션만 없다면 무제한 양적완화 리스크는 0이 되었습니다.


금융 4.0 아니 내러티브 시대에서 많은 것이 빠르게 변화하고 또한 교환되고 있는데요. 적정 수준의 인플레이션은 앞으로 계속된다는 사실을 기반해서 네트워크 내외에서 습득된 정보를 능동적으로 받아들인다면 투자에서 우리는 늘 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13 Nobel Prize, Robert Shiller, Empirical analysis of asset prices

다음 30회는 " 밀그럼, 최선의 배분을 말하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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