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과 열정사이
요즘도 유니폼이나 편한 복장이 생각나는데 어느덧 커리어우먼이 되었구나. 축하한다. 아스가르드 멤버들의 이야기는 들었다. 지켜보기 힘들지? 전속 해지 계약서에 대처하는 저마다 다른 그들의 방어기제는 나도 지켜보기 힘들었다. 강한 척 하다 결국에 눈물을 흘리는 청춘, 현실을 욕하는 청춘, 자신을 책망하는 청춘, 현실을 부정하고 도망 가버리는 청춘 그리고 어머니에게 미안하다 말하는 청춘 프로이트가 처음 제창한 방어기제란 무의식적으로 스스로를 속이고 회피하고 변화하려는 사고 및 행위를 말하는데 그램노트북에 이어 관계에 있어서도 경량화를 강요 받는 요즘 시대 우리 청춘의 민낯은 이다지도 안쓰럽고 가엽게 느껴졌다. 안다. 너 역시 사탕 하나에도 쿨함을 강요 받아야 했다는 것을.. 하지만 아스가르드 멤버들에게 쿨함을 강요하지 않았으면 한다. 꿈을 향해 앞만 보고 달려간 그들에게 전속 해지는 곧 꿈을 포기하라는 말로 느낄 테니까.. 그리고 그런 말을 하기 싫어서 팀장이, 선배들이 막내인 너에게 그 일을 줬을 것이라 생각된다. 아무리 경력이 쌓이고 쌓여도 매번 처음처럼 느껴지는 일일 테니깐. 그리고 헤임달에게 진명이 너의 달라지는 건 없다는 그 말엔 두 가지 뜻이 있었음이라 생각해본다. 모두가 생각하는 첫 번째 뜻 말고, 바로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한 바람 말이다. 그때의 윤진명은 맞고, 지금의 윤진명은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부조리함에 있어서 소리치고, 기회를 얻기 위해 누구보다 더 노력했던 그날의 윤진명에게 미안해 아니 헤임달에게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너의 ID카드를 봤을 때 들었던 생각, 행사에 늦지 않기 위해 버스에 내려 뛰던 헤임달을 보면서 들었던 감정에 대해 지금 달라진 삶과 태도와 비교하여 책망하지 않았으면 한다. 너 스스로 변화를 인정하고 또한 끌어안았으면 한다. 손절매 Stop loss 라는 말 들어보았니? 손절매란 앞으로 주가가 더욱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단기간에 가격 상승이 보이지 않는 경우, 가지고 있는 주식을 매입 가격 이하로 손해를 감수하고 파는 일을 말한다. 연애할 때도 관계의 지속이 힘들거나, 이 친구가 너무 많이 변했다면 헤어지듯이, 회사나 개인의 투자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투자한 금액이 커서 미련이 남을 수도 있겠지만 이쯤에서 손절매 하는 것이 기회 비용상 연애든 투자든 더 좋을 수 있다. 그래서 투자 전 이유가 중요하다. 동기부여가 된 논리를 기억한다면, 가치의 변화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면 더 긴 기간, 큰 손실을 보기 전에 바른 판단 즉, 손절매를 할 수 있다. 그러니 이제 냉정과 열정사이에서 더 이상 흔들리지 말길 바란다. 지금의 냉정한 손절매가 그때의 윤진명처럼 다시 앞을 향해 나아가는 헤임달의 열정이 되도록 응원해주길 바란다. 다시, 달라지는 건 없다. 좋아하는 거리의 간판이 바뀌고, 금리가 바뀌고, 좋아하는 사람도 바뀔 수 있지만 너의 3개월간 중국여행, 하메들과 함께했던 belle epoque 즉 좋은 시대가 변하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회사가 바라본 그의 가치는 바뀌었지만, 1호 팬이 보는 가치는 우상향일 테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