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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케치 Jul 02. 2018

당신은 책이 나올만한 여행을 하고 있나요?

작가협회

본 글은 여행작가협회 강연을 다소 각색해서 작성했습니다. 같은 고민을 하는 청춘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여행은 다리 떨릴 때가 아니라, 가슴 떨릴 때 해라"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 말입니다.


"세계는 한 권의 책이다. 여행하지 않는 이는 그 책의 한 페이지만 읽는 것과 같다"

철학자 아우구스티누스 말입니다.


루틴에 갖혔거나,

가리워진 길 위에 서 있거나,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일상에서

지쳐가는 청춘이 우리 주위에 많습니다.

그러한 이에게 저는 종종 여행을 권합니다.


주 5일 근무제가 도입되었을 때를 기억하시나요?

지금은 너무도 당연하지만 주 5일 근무제란 1주일에 5일은 일을 하고, 나머지 이틀은 쉬는 제도를 말합니다. 1998년에 주 5일 근무제를 추진해서 2011년에 자리 잡았습니다. 정책 시행 기대효과로 여가 및 취미 시간 증가로 인한 삶의 질 향상, 일자리 나누기를 통한 실업문제 해결, 여행 및 서비스산업 등 내수 증대를 통한 경제 활성화, 인적자원개발을 통한 생산성 제고 등 여러 가지가 있었죠.


주 5일제가 시행되고 확실하게 많은 청춘이 금토일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중에서도 혈기왕성한 청춘은 배낭을 메고 영화나 소설에서 등장할법한 예술적 영혼이 가득하고 낭만과 풍류가 넘쳐흐르는 곳을 꿈꾸며 떠나곤 했습니다. 그렇게 매해 무수히 많은 배낭들과 그들의 이야기는 우리의 삶을, 가슴을 더욱 두근두근하게 만들었습니다. 일요일만 되면 달콤한 캐러멜 과차처럼 여행책을 꺼내보도록 만들었죠.


여행은 분명 매력적인 경험임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여행 관련 글을 읽고 있노라면, 네버랜드를 끝없이 동경했던 피터팬처럼 미지의 세계로 날아가고픈 마음에 어깻죽지에서 잃어버린 꿈의 날개라도 다시 솟아오를 것만 같은 간질간질함을 저 역시 느끼곤 합니다.


광활한 자유의 냄새가 솔솔 풍겨 오르는 사진 한 장 앞에서 우리는 끝없는 갈증을 느낍니다. 그 갈증은 가지지 못한 경험에 대한 절실한 갈구에서 쳇바퀴 돌 듯 같은 자리를 반복하는 일상에서 비롯되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우린 말합니다.


"여행을 떠나자"

그렇게 여행책을 사서 읽고, 손에 꼭 쥔 가이드북은 막상 여행지에 와서는 유년시절 학교 수업 시간표처럼 내 여행을 규정하는 것 같아 어느 도시의 휴지통에 버려지곤 했었죠. 어느 순간 국경을 넘는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여길 때, 다양한 눈 색과 머리 색을 가진 이들이 마치 꽤 오래전부터 내 곁에 있었던 양 익숙해졌을 때, 비포 선셋과 같은 인연이 없다는 것을 인지할 무렵 즈음이던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여행은 우리에게 불쑥 물어보곤 합니다.


"잘 살고 있는가?"

"어떻게 살 것인가?"

"여행에서 무엇을 찾고 싶었는가?"

여행이 썰물이라면, 일상은 밀물입니다. 다시금 일상이란 밀물이 오면 우린 삶의 시계를 보게 됩니다. 그리고 여행의 순간을 기억하며 “좋았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는 진지하게 밀물의 시간에서 썰물에서 보고, 듣고, 느꼈던 것이 무엇이었을까 어떤 부분이 좋았을까 고민했던 적은 없습니다.


경제학적으로 여행에서 남는 것은 다음 달에 청구될 카드 명세서일 수 있습니다. 대차대조표를 비교해보면 그저 현금흐름이 많이 달라지고, 비자금 통장에서 지출 통장으로 여행비를 이체해야 하는 그런 것들이죠. 그리고 여행 비용으로 할 수 있었던 기회비용을 한번 돌이켜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행을 떠납니다. 그러한 이유는 아마도 여행지에서 오늘 하루를 온전히 내 의지로만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는지요. 나의 계획대로 살아가고, 내가 걷고 싶은 길을 걷고, 내가 마시고 먹고 싶은 것들을 음미합니다. 일정에 없었던 역에 내리기도 하고, 힘들면 주저앉아서 쉬어서 갑니다. 여행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때론 현지인들과 웃음꽃을 피우곤 합니다. 그 안에서, 그 시간에서 우리는 비로소 자유롭고, 내가 갖고 있던 규칙과 관습에서 벗어나 온전한 자신을 경험합니다.


그곳에서 게으르고,
꽤나 열정적이고
때론 튼튼하고,
다리 아프기도 하는
나를 보면서,
나로 살면서.

이런 것들이 여행에서 남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적어도 이러한 이유로부터 많은 작가들이 오늘도 여행을 떠납니다. 작가에게 있어 공간이란 물리적인 창작 공간이기도 하며, 어떠한 이야기가 일어나는 영역이나 세계이기도 합니다. 여행지에서 글을 쓰는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님이나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휜을 쓰셨던 한강 작가님 역시 규칙과 관습에서 벗어나 온전하기 위해서 아니었을까 유추해 봅니다. 그 작가의 그 공간처럼, 우리의 여행지 역시 분명 그러합니다. 그렇기에 우린 명소를 동경하기보다 내 안의 고요를 마주하고자 찾아가는 것일지 모릅니다. 그리고 다시 일상에서 그 공간에서 느꼈던 소중한 무언가를 다시 찾는 반복이야말로 우리가 여행하는 이유라 생각합니다.


어디를 가든지
그곳에서 내가 왜 떠나왔는지
내가 찾으려 한 것은 무엇인지
그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여행지에서 마주하는 감정을 우리는 굳이 언어라는 도구로 하나 둘 표현하지 않습니다. 진리와 자유를 찾는 상아탑에서 마주하는 이론이라는 것도 실험으로 확인되는 순간, 새로운 가설로 변경되듯이 여행이라는 것 역시 무수히 생각하고 그려왔던 그곳을 눈으로 보고 진실로 마주하며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이제 우리 사회는 주 5일 근무제도에서 한 걸음 나아가 주 40시간 근무제도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개정된 근로기준법으로 이제 일상이라는 밀물에서도 충분히 썰물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 집, 회사에서 집이라는 평범한 루틴에서 벗어나 따뜻한 남쪽 연남에 가보거나, 망리단 길을 걷는 것만으로 우리는 일상에서 여행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렇게 여행은 일상이 되고, 여행이 곧 삶이 됩니다.


결국 책이 나올만한 여행이라는 것은 바로 책이 나올말한 삶을 말합니다. 여행이 일상의 루틴에서 벗어나는 새로운 시도라면 우리 삶은 그 시도를 통해 변화될 수 있습니다. 내를 건너 숲으로, 고개를 넘어 마을로 걸어가는 것만으로 우리의 삶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책이 나올만한 삶을 원한다면, 아직 발 길닿지 않은 곳이 있다면, 가고자 하는 길을 찾았다면 오늘 그 길을 한번 걸어가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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