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마레 Jun 05. 2024

화요일에 오는 거  확실한 거지?

배우가 찍고 쓰는 단편영화이야기


씬으로 읽는 단편영화

<원위크_  One week>







화요일에 오는 거 확실한 거지?


 돌아가고 싶은 날이 있다.

돌아가야만 하는 날이 있다.


송지우에게 화요일은,

 그런 날이다.


대본리딩
<단편영화 원위크 중에서>


이 영화는,

돌아가고 싶은 과거의 어떤 하루에 갇혀 사는

24세 노부인, 송지우에 관한 이야기이다.




우리 모두는 미래를 전망하고 있는데,

 누군가는 영원히 과거 속에 살고 있다.


시놉시스에 쓰여있는

이 영화의 주제에 관한 문장이다.


화요일,

송지우에게 일주일 중

단 하루, 화요일,


그녀에게 화요일은

어떤 날이었을까.


지금 그녀는 누구와

통화를 하고 있는 것일까?


이 통화 장면은

이 영화의 마지막 엔딩씬,


송지우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지,

대본을 한번 들여다보자.


S#5. INT/ 송지우 -거실


인서트 1: 벽 가득 포스트잇

(내용 : 아들과 손녀 그리고 자신의 신상 대한 정보)

인서트 2: 할머니와 손녀가 함께 찍은 사진

인서트 3: 바람에 흔들리는 해바라기


지우

알겠어 그럼 해바라기를 사줘...

가 좋아하는 갈비탕 만들어 놓고 있을 게.

화요일에 오는 거 확실한 거지?

 (지우는 웃으며 하트 안에 빨간색을 채워 놓는다.)

알았어 집에서 기다릴 게.

 빨리 만나고 싶어...


<단편영화, 원위크 대본 중에서>


내가 맡은 배역 송지우는

올해 64세.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24세로 살고 있다.


이쯤에서 아마도 눈치채셨을 것 같다.

그녀는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


모든 기억들을 다 잊어도

잊히지 않는 그날,

그날은 남편이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그녀는 해바라기를

사달라고 말한다.

그녀는 그가 좋아하는

갈비탕을 해 놓겠다 말한다.


그녀는 거실에 놓인 캘린더에

 붉은색 표시를

해 놓는다.

 

이씬은 엔딩씬이다.


현장에서 감독님과 의논하며

만들어 낸 액팅이기도 하다.


영화의 100%가 실내에서 이뤄지니

거실 창문 앞에서 찍자 하셨고


거실 문을 열면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습이면 어떨까요 했다.


감독님, 지우가 통화하고 있는

상대는 남편이지만 그녀의 기억 속에서만 

사는 인물이잖아요.


그러니까, 휴대폰을 내려놓으며

혼잣말처럼 하면 어떨까요?


관객들도

그녀가 통화하는 인물이

실제로는 허상이라는 걸

알 수 있지 않을까요.


현장에서 이런저런 아이디어들이

분주하게 오고 간다.


이쯤에서 그 씬을 찍을 때의 현장

모니터 장면으로 되돌아가보자.


우리에게도 되새기고픈

하루일 테니.


<촬영현장 >



이 씬을 찍으면서 나도 현장 스텝들도

뭉클했다.


그날,

출장길에 나선 남편은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남편을 잊지 못한  지우는

화요일마다 그를 기다린다.


그녀가 거실문을 열자.

어디선가 청아한 새소리가 들려온다.


현장에서 다들 좋아했다.

답답한 마음에 한 줄기 위로 같달까.


그녀는,

그를 기다리며

환한 미소를 짓는다.


청자켓을 입었다.

발랄한 청춘이다.


흰머리에 꽂은 붉은 핀은

아마도 남편의 선물이겠지.


송지우는 여전히

사랑스러운 스물넷.


만약에 내가

지금의 내가 아니란 걸

알게 되는 순간이

온다면 어떨까.


찍을 때도 그랬지만

완성본을 보니 더 뭉클했다.


송지우와 송지우의 대면씬이다.


<단편영화 원위크 중에서>


을 대본은 이렇게 설명한다.




S#4. INT/ 송지우 -현관


지우(老)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얼굴을 만졌다.


유미(조심스럽게 목소리가 떨렸다. ):....할머니?

 

지우(老)는 고개를 돌려 유미를 바라보았다...





다시 봐도 슬픈 장면이다.


그 심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그 순간은

어때야 할까.


단순히 늙음이 아니라

끝내 남편을 만나지

못했다는 데에 대한 회환까지.


담담한 슬픔.

그저 눈빛으로만

담아야지 했다,


송지우의 일주일은

그렇게 매번 반복된다.


남편을 기다리고

전화통화를 하고

해바라기를 사달라고 하고

그가 좋아하는 갈비탕을 끓인다.


붉은 립스틱을 곱게 바르고는

사랑하는 이를 마중하러

분주히 나서는 그날, 화요일.


그런 그녀를 보며,

손녀인 유미는 때로는 친구처럼

그녀의 곁을 지킨다.


누구에게나 그런

특별한 날이 있다.


단 하루,

그날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나에게도 그런 날이 온다면,

그날은 아마도

돌아가신 아빠와 엄마의

마지막 날이 되었으면 싶다.


한번으로는 부족하다.

두번의 하루가 필요하다.


그럴 수 있다면,

조금 더 오랜 시간을

같이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모두가 알다시피,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그 어떤 날을

더더욱 붙잡게 되는

것은 아닐까.


송지우에게 그날은,

그런 날이다.


스물넷,

어느 5월의 화요일.


일주일을 손꼽아

기다려 온,


그녀의 원위크.



원위크

Fiction/Color/2022/11'53"

각본: 양설기

연출: 송민찬

출연: 심재영, 양아리, 장마레

같이 만든 사람들: 장옥택, 서국위, 사복옥, 서국위


배우로서도 연출로서도

특별한 하루하루를 만들어 가실

송민찬 감독님의

영화로운 시절을

응원합니다.




배우가 찍고 쓰는

단편영화이야기


'100명의 마레가 산다'


장마레의 브런치북은 매주 수요일 아침 10시.
























이전 05화 약속은 지키셔야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