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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마레 Jun 19. 2024

여기 우리의 주인공이 있다

배우가 찍고 쓰는 단편영화이야기

씬으로 읽는 단편영화


<셋둘하나>





2023년 6월 4일.

화창한 일요일 오후.

연남동의  한 카페.


장혜진감독과의 첫 만남.


'셋둘하나?!'


영화제목도 신선한데

이야기까지 참신했다.


벌써 일년,

그렇게 시작되고 완성된 영화.


과연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질까.

흥미진진한 영화이야기에

퐁당 빠져들 준비가 되셨는가.


셋, 둘, 하나!


대본리딩
<단편영화 셋둘하나 중에서>


환상적이고 기묘한 느낌을 주는

시나리오를 쓰고 싶었다는

장혜진 감독의 바람처럼, 그랬다.

영화 '셋둘하나'는

환상적이고 기묘한  이야기다.



여기 우리의 주인공이 있다.

이름은 하나.


하나에게는 3분 일찍 태어난

쌍둥이 언니, 영이 있다.


이상하게도

영에게 일어난 일은

하나에게도 똑같이 일어났는데,

생리도 연애도 취직도 그랬다.


물론,

현실에서라면 어림없을 소리다.


여기에 한술 더 떠,

하나의 삶을 들여다보듯

술술 말해주는 이가 있다.

나레이터다.


영화라면야 무슨 문제가 될까.


이 두 가지의 설정이 없다면,

우리의 주인공 하나에게 일어날

모든 사건은 일어나지 않을 터.


비극이든 희극이든.


 그런 점에서,

지극히 일상스러울 씬2는

이 영화를 기묘하고 환상적으로 그리기 위한

 밥을 던져 놓는다.


과연, 누가 미끼를 물 것인가?



             

#2 부엌/ 낮


다음날, 손목이 더 부었다.

부엌 서랍에서 파스를 찾은 하나.

싱크대 앞에 서서 오른손으로 붙이려는 데,

스티커가 잘 떼어지지 않는다.


방에서 나온 영, 냉장고로 가려다가 그

런 하나를 보고 다가간다.

하나의 손을 잡고 대신 파스를 붙여 준다.


Na : 이상하게도 영에게 일어난 일은

하나에게 똑같이 일어났는데,

정확히 3일 뒤에

생리도, 연애도, 취직도 그랬다.


영 : 너 언제까지 그럴래
 하나 : ........
 영 : 맨날 죽지도 못하면서. 자.


영, 자기 손목에 있던 보호대를 풀어 하나에게 준다.


하나 : 너는?


영, 냉장고 쪽으로 간다.
 영 : (냉장고 문을 열고) 나는 거의 나았는데 뭐.


대본 씬2 중에서




덥석 미끼를 문 것은, 나였다.


목소리를 연기하는 나레이터 역은

이번이 두 번째.


첫 영화는 이미 브런치북에서도 소개한

TEl. 1717-1771


이 영화를 만든 조윤지 감독과 절친인

장혜진감독은 이 영화를 보고

나에게 먼저 캐스팅 제안을 했다.


나레이터 배역을 할 때마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곤 한다.


실제로 누군가 매번,

이렇게 나의 서사를,

나의 내면을 이야기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한 바람이 있어 그랬을까.

나는 이번에도 여지없이 나레이터 역을

덥석 물고 말았다.


목. 소. 리.


Tel. 1717-1771에서는

 저음이면서 진중했다면,

셋둘하나에서의 목소리는

 사뭇 경쾌하다.


캐릭터에 맞게 변주해야 한다.


내가 나레이터역을 덥석 문 이유는

또 있다.


영화에 나레이터 역할로

얼굴을 드러낸다는 점이다.


주인공 하나와의 극적인 대면씬


기존 영화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이러한 설정은

이 영화를 환상적이고

기묘하게 만든다.


바로 이 장면이

이 영화의 반전이자

중요한 변곡점.


아쉽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공개를 하지 못하는 것.

먼저, 양해를 구한다.


6월 20일부터 열리는 춘천영화제는

한국단편경쟁부문에 선정한

이 영화를 이렇게 소개한다.


영화 속 영화,

메비우스의 띠 같은 영화.

쌍둥이 자매의 평행선 같은

삶을 설정하고,

영화 속 영화를 통해 영화는 삶,

혹은 삶은 영화의 구조를 만든다.


영화를 보고 나면,

아~ 하실

힌트지만 어떻게 전개될런지

오리무중이실테다.


쌍둥이 자매 영과 하나.

그들이 마주한,

그리고 마주할,

삶과 죽음.


이 영화는 두 지점을

분주히 오고 가며

환상과 기묘함을 만들어낸다.


이상하게도 영에게 일어난 일은

하나에게도 똑같이 일어났는데.

생리도 연애도 취직도 그랬다.


그리고, 죽음까지도.


그렇다.

어느 날 영은 죽음을 맞이한다.

그렇다면 죽음 역시도 그럴까.


정작 죽고 싶어했던 건 하나였다.

갑작스러운 영의 죽음 이후

하나는 어떻게 될런지.


 이러한 설정은

우리의 주인공에게

비극이 될까 희극이 될까.


이러한 영화적 설정을

환상적으로 연결해 줄

나레이터는 어떻게 등장할런지.


그리고,


기존 영화에서는 가상의 인물같은 이 인물이

주인공 하나와 대면하는 곳은 어디일지.


나레이터인 나의 존재는 

과연 누구일까.


환상적이고 기묘하게 들리지 않는가.


추측과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쳐보시길.


미끼를 물 준비가 되셨는가.


셋둘하나!


<촬영현장 스틸컷>



셋둘하나

Fiction/Color/28'28"/2024

각본/연출: 장혜진

출연: 김도이, 장문정, 장마레

같이 만든 사람들:허준영, 신채연, 김영연, 허재명, 김동영, 복예빈, 김여은, 오정련, 고예원, 한승훈,

도정민, 하주은, 홍미니. 이채빈, 최진혁, 정다빈, 김주연, 정은우, 전하영, 오민석, 임채영, 이찬희, 송현주,

혀윤경, 이선호, 김동명, 시승현, 민한결, 김산성, 오영서, 임수아, 이호영, 남기찬


환상적이고 기묘한 이야기로

영화적 실험에 나선 모험가

장혜진 감독의

영화로운 시절을

응원합니다.




배우가 찍고 쓰는

단편영화이야기


'100명의 마레가 산다'


장마레의 브런치북은 매주 수요일 아침 10시



다음주,

제가 출연한 '셋둘하나', '안녕의 세계'

두 편의 영화가 상영되는

춘천영화제 관람 리류도 기대해 주세요.

6월 20일부터 23일까지 개최되는

춘천영화제에 많은 관심과 기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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