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마레 Jun 12. 2024

할머니라니.
노노노. 스테파니~

배우가 찍고 쓰는 단편영화이야기

씬으로 읽는 단편영화


<디어, Dear>




할머니라니. 

노노노, 스테파니


할머니를 부정하는 말이 아니다.

'나'라는 한 사람,

 '스테파니'로 봐달라는 의미다.


이렇게 독립적이고 주체적으로

스테파니를 그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감독님이 보내주신 

 영화 마스터를 본 나의 감상평이자

감독님에게 전한 인사였다.


대본리딩

이 영화는,

 열정을 잃은 영화과 학생 세민과

자칭 춤 좀 추는 열정댄서 스테파니의

초록초록 싱그러운 만남을 그린

두 여자의 이야기다.



외향적인 긍정공감형

MBTI ENFJ인 나에게도

스테파니는 도전이었다.


할 수 있을까.

자칫 오글거리면 어쩌나.

내가 이렇게 귀여움?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

궁금해하실 거다.


우선, 대본부터 들여다보자.


스테파니가 첫 등장하는 씬 3은 

이 배역의 캐릭터를 드러내는, 드러내야 하는

중요한 장면이다.


S#3 들판, 오후


화단에 있는 꽃을 뷰 파인더로 보는데 

오른쪽에서 순옥 프레임인 


순옥: 익스큐즈미 학생~


갑자기 말을 걸어오는 순옥 때문에 

세민의 카메라 앵글이 흔들린다. 

카메라를 내리면 보이는 순옥의 얼굴


세민: (화들짝 놀라며) 아 깜짝이야 

순옥: 뭐 하는 거야? 뭐 찍어?

세민: 아…아.. 네…

그냥 과제로 제출할 영상 촬영하고 있어요..

순옥: 뭐 영화 이런 건가? 

세민: (조금 뜸을 들이다가) 네..


순옥: 그럼 나 좀 찍어봐.

(손뼉을 치며) 어머머 인터뷰하면 

너무 재밌겠다 ~


세민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냥 웃는다.


순옥: 나 뭐 어디에 서면 돼 학생?

(몸을 왼쪽 오른쪽으로 움직이며) 

여기? 여기?


세민: (귀찮다는 듯이)

아 할머니 그냥 거기 서면 될 것 같아요.

순옥: 할머니라니!

(고개와 손가락을 양쪽으로 흔들며) 

노노노 스테파니!


세민: 아아…. 네!

그럼 스테파니 씨 간단한 자기소개랑 

뭐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편하게 하세요.


순옥: 내 이름은 스테파니 순옥 

나이는 비밀 ~띠는 알려줄게. 말띠.

(말 타는 흉내를 낸다) 다그닥다그닥


심드렁한 표정의 세민

카메라 화면이 아닌 다른 곳을 본다. 


순옥: 나 이번 주말에 

무용 대회 나가는데 한 번 봐봐 어때? 


말이 끝나자마자 순옥이 

춤을 추기 시작한다. 


<단편영화 디어, 대본 중에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시종일관 텐션 높은 

유쾌 발랄 말띠 댄서, 

스테파니. 라니.


배우님,

 당황스러우실 거예요.

미팅했을 때 느낀 마레배우님의 

에너지와 열정이 좋아서 

그걸 담고 싶다고 생각하니

이런 이야기가 나오게 됐네요.



그랬다.

당황스러웠다. 

이걸, 어쩌나.

해야 하는 건가, 말아야 하는 건가.


 오디션을 봤던 원래의 배역조차

이 캐릭터가 아니었다.


 스토리도 달랐다.


수정된 시나리오를 받은 그날

한 시간 가까이 전화 통화를 하고

이런저런 의견을 나누고...


열정 있는 순옥과 

열정을 잃어버린 세민의 캐릭터에 맞춰

'좋아하는 걸 할 때 빛나고 행복하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감독님이 나에게 건넨 말이다.


....


고민하고.


.....


고민하고.


하자! 그래 해보자!


일어서든, 넘어지든, 

믿고 가보자 싶었다.


대본리딩 2
<서경대 강의실, 첫 대본리딩>


감독님이 생각하는 텐션은 어느 정도일까?

우리는 초콜릿 개수로 말하기로 했다.


이번엔 초콜릿 100개요!! 120개?


세민역을 맡은 

박한나배우님과 동선도 맞춰봤다.

내가 귀여울 수 있을까!

그래, 최대한 오글거리게만 하지 말자.

물론, 나 혼자만의 속엣말.


대본리딩_동선리허설
<서경대 강의실에서 동선리허설>


 이번에 넘어야 할 것은 

춤이다.

어떻게 춰야 할까?


감독님이 레퍼런스를 주시기도 했지만,

집에서 연습을 아니할 수가.


 좋아하는 현대무용가, 

피나 바우쉬의 유투브 영상을 보며

이렇게 저렇게 발을 움직여 보고

손동작을 하고 눈을 감아보고 뚱뚱 딱~ 


노을공원의 풍광과 맑은 날씨,

바람과 햇살에 몸을 맡겼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춤 장면이다.


<단편영화_ 디어 중에서. 스테파니의 춤>


좋아하는 것을 하는 열정에 찬 스테파니는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도 

열정을 잃어버린 세민을

웃게 할 수 있을까?


엔딩은 여러분의 

상상에 맡길 참이다.


이 영화는 강요하지 않는다.

그저 서로가 서로에게 스며들 뿐.


나는 스테파니가 온전히

반짝 이길 바랬다.


할머니가 아니라,

그 누구의 엄마나 

아내가 아니라


좋아하는 것을 하는 빛나는 스테파니, 

스테파니 순옥으로서.


초콜릿 150개 먹은 것처럼

텐션을 올리려고 했다,


그렇게 올린 텐션은

배우 장마레에게도 

위로가 되었고 격려가 되었다.


하루 24시간 즐겁기만 한

사람이 어디 있을까.


때때로 힘겨웠던 시간들에게

스테파니가 힘이 되었다.


왜 그렇게 춤이 좋냐는 세민의 질문에

 혼잣말처럼 던진 스테파니의 말이

나에게 하는 말처럼 들리는 건 왜일까.


그냥, 

재밌잖아.

  뭘 꼭 잘해야 해.

재밌으면 

그걸로 된 거지.



디어 (DEAR)

Fiction/ Color/2024/12'23"

각본/연출:정승원 감독

출연: 박한나, 장마레, 김동규

같이 만든 사람들: 문선규, 이지현, 이정민, 원희진, 임진우, 송은재, 이현태, 윤이랑, 김산, 윤수원


좋은 걸 할 때 

빛나고 행복하다고 믿는

 정승원 감독님의

영화로운 시절을

응원합니다.






배우가 찍고 쓰는

단편영화이야기


'100명의 마레가 산다'


장마레의 브런치북은 매주 수요일 아침 10시












이전 06화 화요일에 오는 거  확실한 거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