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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마레 Apr 17. 2024

왜 이래, 그건 운명이야

배우가 찍고 쓰는 단편영화이야기

제1화 나는 운명론자, 사연 있는 도명엄마

씬으로 읽는 단편영화 

<어느 죽음>



'왜 이래'   


충주고모는 작정한 듯

한 움큼 쥔 복숭아 조각을 내리꽂았다.


 괜찮아요. 있는 힘껏 던져 주세요.


충주고모역의 우진우배우님께 

먼저 부탁했다.

내가 맡은 도명엄마, 연숙은 

그런 여자였다.


이런 거? 아무것도 아니야.


대본리딩
단편영화 <어느 죽음> 중에서



이 영화는, 

우연히 누군가의 어느 죽음을 목격하면서

운명론 맞은편에 서게 된 도명과 준익.

두 청춘의 이야기다.


도명이만 보고 사는 엄마랍니다.


사랑이라고 쓰고 

집착이라고 읽어야 할까.

감독님이 내게 알려 준

도명엄마 연숙의 서사를

나는 그렇게 이해했고 분석했다.


언젠가 내가 출연한 단편영화를 본 후배가

어땠어?라고 묻는 나에게 해 준 말을 

내내 생각했다.


'누나는 눈빛이 너무 맑아.

엄마들은 안 그래'


궁금했다. 이번엔 어떨지. 

도명엄마 연숙의 눈빛.




S#26. 도명의 집 / 식탁 / 아침


도명의 앞으로 반찬들을 하나씩 옮기는

연숙의 손.

식사하는 도명 모자와 충주고모 세 사람.


충주고모

(몇 살)

도명

(손으로 표시를 하며) 스물아홉이요.

충주고모

(아빠) / (얼굴 앞에 손동작을 한다)

 / (똑같아)

도명

아빠 본 적 없어요.


충주고모 놀라 연숙을 바라본다.

모르는 척하는 연숙.
 충주고모 답답한 듯 말한다.


충주고모

(무슨 말이야)

도명
 저 태어나기 전에 갔잖아요.

충주고모

(아니야, 아니야)


손으로 아니라고 크게 표시를 하며

흥분하는 충주고모.

답답한 지 끙끙대지만 아무 말하지 못한다.
 연숙 그런 고모를 바라보며 밥을 먹는다.
 연숙의 반응에 고모,

바닥에 반찬그릇을 내리친다.

연숙에게 화가 난 듯 성을 내는 고모.


연숙

왜 이래...


 <어느 죽음, 26 씬 대본 중에서>



연숙에게 아들 도명은 운명, 그 자체


26 씬에 이르러서야 충주고모로 인해 

아슬아슬하게 틈을 보이고 마는 자의 과거.


비밀스러운 남편의 죽음 이후 

아들이 전부인 연숙.

그런 엄마가 전부인 도명이었다.


수레에 실려 꼼짝없이 끌려가는

징글징글한 운명.

딱히, 반항할 생각이 없다.

덜컹, 거려도 굴러갈 밖에.


그래서 이 영화의 가제가  

'수레' 였는지도.


그건 운명이야. 그걸 누가 바꿔.


어린 시절 아버지의 죽음을 모른 척하듯

도명은 청년이 되어 목격한 두 번째

어느 죽음을 두고서도 여전히 

운명이라 단정한.


엄마 연숙을 빼닮은 운명론자 도명에 맞서듯

명의 친구 준익은 거친 반격에 나서는데...


운명?

따를 것인가. 거스를 것인가.


감독은 어느 편도 들지 않는다.

다만,  질문을 던질 뿐.


당신은 어느 쪽인가.


<불안한 연숙의 캐릭터에 맞춘 화려한 옷,  동묘 구제시장에서 직접 골랐다.>
<도명, 연숙, 충주고모의 식탁씬, 스틸컷>
<상수동, 도명과 준익의 엔딩씬 촬영현장>
<다시 만난, 쫑파티 현장>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운명 같은 팀>



어느 죽음

2023/Fiction/Color/24'29"

각본/연출: 민서영

출연: 설종환. 강현우. 장마레. 이희원. 우진우. 안이서. 최우현. 최원준. 박남규. 김재훈. 백소정.


운명론자를 자처하지만

맨 앞에서 운명을 진두지휘하는

민서영감독의 영화로운 시절을

기대하고 응원합니다.



배우가 찍고 쓰는 단편영화이야기

'100명의 마레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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