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은 사라지지 않아도 괜찮다, 오늘 밤만큼은 편히 쉬자
올 한 해, 저는 제 이름이 적힌 책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치열하게 자료를 찾고, 문장을 다듬으며 하권까지 마무리지었을 때의 그 벅참은 이루 말할 수 없었죠.
하지만 작가라는 근사한 이름표를 달았음에도,
제 일상의 밑바닥에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불안'이 앙금처럼 남아 있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쿠팡과 롯데카드의 정보 유출 소식은 남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쿠팡에서 직접적인 안내 알림이 오지 않지만,
그 빈자리를 채운 건 정체 모를 '낯선 번호'의 연락들이었습니다.
"본인 확인을 위해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를 말씀해 주세요."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았습니다.
최근 쿠팡 유출 사고를 빙자해 개인정보를 탈취하거나
카드 발급 여부를 확인하라는 식의 교묘한 피싱이 기승을 부린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입니다.
책을 쓰며 세상의 이치를 다 안다고 자부했던 작가인 저조차도,
보이스피싱으로 삼 사일만에 내돈이 사라져 없어지고
이상한 전화와 주민번호가 언급되는 순간에는 속수무책으로 가슴이 뛰고 손이 떨렸습니다.
우리는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살아갑니다.
내가 믿고 이용하던 플랫폼이 흔들리고,
나의 가장 사적인 정보가 유통되고 있다는 소식은 단순한 뉴스를 넘어 실존적인 위협으로 다가옵니다.
경제적으로 더 어려워질까 봐,
내가 공들여 쌓아온 일들이 사회적 파도 한 번에 끊어질까 봐 느끼는 불안들.
쿠팡이나 카드사 사태를 보며 우리가 느끼는 건
'편리함의 상실'이 아니라 '일상의 붕괴'에 대한 공포였습니다.
글쓰기를 통해 마음을 치유할 수 있다고 말해왔지만,
저 역시 이 불안을 완전히 지우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깨닫습니다.
불안은 억지로 몰아내야 할 적이 아니라,
이 험난한 세상을 조심스럽게 살아가려는 내 마음의 '경보 장치'라는 것을요.
세상의 위기는 내일도 계속될 것이고, 또 다른 낯선 번호의 유혹이 찾아올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노트북을 닫고, 불안의 목소리를 잠시 줄여보려 합니다.
불안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다만 이 밤, 애써 책 한 권을 펴낸 내 손을 잡아주며 이렇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수고했어. 불안해도 괜찮으니, 오늘 밤만큼은 부디 편안히 쉬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