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림은 살아있다는 증거, 그 틈새로 내일의 빛이 듭니다
어제는 낯선 번호로 걸려온 전화 한 통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습니다.
평소라면 대수롭지 않게 넘겼을 일들도 12월의 끝자락이라는 무게 때문인지,
유독 시린 통증으로 다가왔습니다.
한 해를 잘 마무리하고 있다고 믿었던 마음의 성벽이 모래성처럼 허물어지는 기분이었지요.
하지만 오늘 아침, 무너진 잔해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깨달았습니다.
무너진 자리에는 필연적으로 틈이 생기고, 그 틈은 예상치 못한 빛이 들어오는 통로가 된다는 것을요.
우리는 늘 새해 앞에서 더 단단해지고,
더 완벽해진 모습으로 서기를 꿈꿉니다.
하지만 2025년이 제게 가르쳐준 것은 '완벽한 평온'이 아니라 '흔들리면서도 나아가는 법'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한 해 동안 저는 참 많이도 흔들리며 걸어왔습니다.
아이의 맑은 눈망울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담고 싶어
일과 삶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기도 했고,
빼곡하게 적힌 가계부의 숫자들을 보며 현실의 무게에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는 날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오늘 깨닫습니다.
저를 힘들게 한다고 믿었던 그 모든 분주함과 사소한 고민들이,
사실은 저를 지탱해 준 가장 뜨거운 삶의 온기였음을요.
지키고 싶은 대상이 있고, 책임져야 할 일상이 있다는 것은
내가 세상에 단단히 뿌리 내리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니까요.
전화 한 통에 무너질 만큼 연약한 나이지만, 그 연약함을 굳이 숨기지 않기로 했습니다.
흔들린다는 건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이고,
무너진다는 건 다시 쌓아 올릴 새로운 기회가 생겼다는 뜻이니까요.
모레면 2026년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시간이 시작됩니다.
거창한 목표나 화려한 다짐 대신,
내일의 나를 조금 더 다정하게 안아주겠다는 약속 하나만 배낭에 챙겨 넣으려 합니다.
84점짜리 인생이면 어떻고, 가끔 점수가 깎이면 또 어떻습니까.
그 숫자 뒤에 숨겨진 진심과 노력이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는걸요.
무너진 자리에서 다시 일어설 준비를 하는 지금 이 시간이,
사실은 2026년을 맞는 가장 경건한 의식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픈 마음을 추스르는 오늘 이 고요한 시간이,
여러분께도 깊은 회복과 따뜻한 위로가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어제 제 글에 공감해 주신 분들 덕분에 무너졌던 마음을 다시 세울 힘을 얻었습니다.
여러분의 연말은 어떤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