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대 면접관이 성적 대신 '봉사'를 물었던 이유

아이를 위해 캐나다로 떠나는 부모님들께 드리는 편지

"성적표에 담긴 숫자보다 더 빛나는 것은, 타인의 아픔을 어루만질 줄 아는 아이의 따뜻한 시선이었습니다."


부모라면 누구나 내 아이에게 더 넓은 세상,

더 좋은 환경을 선물하고 싶어 합니다.

16년 전, 제가 캐나다 영주권을 준비하며 두 아이의 손을 잡고 비행기에 올랐던 마음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30년 넘게 교육 현장에서 수많은 아이를 만났지만,

정작 내 아이의 미래 앞에서는 저 역시 '완벽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은 서툰 엄마일 뿐이었습니다.


"엄마, 면접관들이 공부 이야기는 하나도 안 물어봐."


딸아이가 치과 대학 입학을 위한 마지막 관문인 인터뷰를 마치고 나왔을 때였습니다.

아이의 얼굴은 눈물범벅이었습니다.

대학 졸업 후 1년을 꼬박 바쳐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인 아이티(Haiti)에서 의료 봉사를 하고 돌아온 직후였지요.


"엄마, 망한 것 같아. 아이티에서 뭘 보고 느꼈는지,

거기서 만난 사람들은 어땠는지만 계속 물어보더라고.

내 성적이나 전공 지식은 궁금해하지도 않아."

딸은 울고불고 난리가 났지만, 결과는 '합격'이었습니다.

캐나다라는 사회가, 그리고 그곳의 교육 시스템이 한 사람을 평가할 때

무엇을 가장 귀하게 여기는지 확인한 순간이었습니다.

그들은 아이의 머릿속에 든 지식보다,

타인의 아픔을 공감할 줄 아는 '따뜻한 가슴'의 크기를 보고 싶어 했던 것입니다.


f99c3513-250a-4202-b2da-d87fda0761d9.jpg 학교와 가정이 아이를 향한 하나의 마음으로 연결될 때, 낯선 환경은 어느새 아이의 가장 행복한 놀이터가 됩니다


울음 터진 아이의 부모를 교실로 들인 선생님


아들의 유치원 첫날도 잊을 수 없습니다.

한국에서 온 지 얼마 안 된 아들이 낯선 교실 앞에서 울음을 터뜨리자,

선생님은 저를 조용히 부르셨습니다.

"어머니, 아이가 안정을 찾을 때까지 같이 들어오세요.

부모님은 저희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니까요."

한국식의 엄격한 분리 교육에 익숙했던 제게 그 말은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부모인 저는 6개월을 유치원을 아들과 함께 다녔습니다.

학교와 부모가 한 팀이 되어 아이의 정서를 먼저 보듬는 문화.

1등을 가려내기보다 모두가 제 속도대로 걸어갈 수 있게 기다려주는 '1등 없는 교실'의 시작이었습니다.


완벽한 환경보다 중요한 부모의 마음근육


많은 부모님이 아이를 위해 영주권을 준비하고,

좋은 학군을 찾아 이민을 고민합니다.

하지만 제가 캐나다에서 보낸 16년의 세월이 가르쳐준 것은,

'완벽한 환경'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시선'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영주권 카드는 아이의 거주지를 바꿔줄 뿐,

아이의 행복까지 보장해주지는 않습니다.

점수 한 점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아이가 타인과 협력하고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배울 때

"참 잘했다"고 말해줄 수 있는 부모의 마음근육이 필요합니다.


완벽한 부모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우리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화려한 스펙이 아니라,

어떤 환경에서도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단단한 자존감이니까요.

오늘도 아이의 미래를 위해 먼 길을 준비하는 모든 부모님께,

제 이야기가 작은 위로와 이정표가 되길 바랍니다.


"캐나다 교육 현장의 구체적인 변화와 체크리스트가 궁금하신 분들은 제 블로그 글을 참고해 보세요.

https://barrie7.com/canada-immigration-education-check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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