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보리 병문안

by 웰시코기 바람이

마침내 바다 날씨가 풀리고, 우리는 섬을 벗어날 수 있었어요. 길게 갇혀 있던 시간만큼이나 언니의 얼굴에도 조금은 지친 듯한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지만, 배가 육지에 닿자마자 언니는 ‘보리한테 바로 가자.’라고 말했어요. 그 한마디에 언니의 마음이 얼마나 간절했는지 나는 알 수 있었어요.


병문안을 가는 길에 언니는 마트에 들러 보리가 좋아할 만한 간식을 몇 가지 샀어요. 치킨향이 나는 간식, 부드러운 고구마말랭이, 그리고 예쁜 노란 리본이 달린 간식 봉투. 언니는 그걸 꼭 품에 안고 갔어요. 마치 보리가 자신의 가족인 것처럼요.


병원 문을 열었을 때, 보리는 이미 고개를 들어 우리를 바라봤어요. 붕대로 감싸인 앞다리가 아직 아파 보였지만 눈빛은 따뜻했고 반가움이 가득했어요. 언니는 울면서 보리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나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다가가 코를 맞댔어요.

‘보리야,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내 마음이 전해졌는지, 보리도 조용히 내 코를 콕 찔러줬어요. 의사 선생님은 수술이 잘 되었고 회복도 아주 빠르다고 했어요. 그 말을 듣자 언니는 눈가가 붉어지더니 조용히 손을 모아 감사 기도를 드렸어요.

“하나님,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목소리는 아주 작았지만, 그 안에는 진심이 가득 담겨 있었어요.


보리의 가족은 정말 따뜻한 사람들이었어요. 언니에게 고맙다며 인사를 건네고, 보리처럼 제주에서 버려진 강아지를 보면 늘 구조해 온 이야기들을 들려줬어요. 그 말을 듣는 언니의 눈빛이 반짝였어요.

“이런 분들이 있어서 세상이 더 따뜻해지나 봐.”

나는 그 말에 엉덩이를 한 번 더 흔들었어요. 보리도, 나도 구조된 인연이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우린 서로의 마음을 조금은 알아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상처를 가진 존재들끼리만이 알 수 있는 온기가 있었거든요. 보리가 얼른 나아서 같이 뛰어놀 수 있기를, 그리고 다시 그 밝은 미소를 되찾기를 바라며 나는 언니 품에서 눈을 감았어요.

“보리야, 다음엔 나랑 같이 달리자.”

속삭이듯 그렇게 기도했어요.


그날 밤,

창밖에서는 제주 바람이 부드럽게 불어왔어요. 바람의 냄새는 어쩐지 따뜻했고, 하늘의 별빛은 조용히 반짝이며 우리의 마음을 위로해 주는 것 같았어요.


IMG_0910.JPG <언니가 그린 보리, 뒷면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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