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아버지 오시는 날
오늘은 언니의 아버지께서 제주도에 오시는 날이에요. 언니는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였고, 저도 신나는 마음으로 엉덩이를 흔들며 차에 올라탔어요.
“바람아, 우리 아버지 모시러 공항 가자!”
언니의 목소리가 마치 노래처럼 들렸어요. 마라도에 가서 낚시도 하고...
언니 가족이 모두 함께 웃는 모습을 상상하니 가슴이 두근거렸어요.
그런데 모슬포 중앙교회 앞을 지나던 순간,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차가 멈췄어요. 차 안의 공기가 단숨에 얼어붙었어요. 언니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급히 문을 열고 뛰어나갔어요. 저는 창문 너머로 바라봤어요. 강아지 친구가 길가에 쓰러져 있었어요. 작은 팔에서 피가 흘러내렸고, 언니는 그 자리에 주저 앉아 울음을 터뜨렸어요.
“어떡해… 어떡해…”
언니는 떨리는 손으로 119에 전화를 걸었어요.
“강아지가 제 차에 치였어요, 제발 빨리 와주세요…얘가 너무 아파요.”라고 말했어요.
하지만 119에서는 제주시에서 서귀포까지 오려면 1시간이 넘게 걸린다고 했대요. 언니는 눈물로 젖은 얼굴로 무릎을 꿇고 다친 강아지를 쓰다듬으며 계속 기도했어요.
“하나님, 제발 이 아이를 살려주세요.
제가 잘못했어요… 이 아이가 꼭 괜찮게 해주세요.”
언니의 두 손이 떨리고 있었어요. 그 손끝에서 절박한 마음이 느껴졌어요. 저는 조용히 언니 옆에 다가가 코끝을 언니의 무릎에 대었어요.
‘괜찮을 거야, 언니… 하나님이 우리 기도 들으실 거야.’
얼마 지나지 않아, 저 멀리서 파란 리드줄을 쥔 여성이 달려오는 게 보였어요. 그 아이의 가족이었어요. 그분은 강아지를 보자마자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고, 언니와 서로를 끌어안고 울었어요.
길 한가운데, 두 사람의 어깨 위로 노을빛이 살짝 비치고 따뜻한 바람이 불었어요. 그건 마치 하나님이 두 사람을 감싸주는 듯한 따뜻한 빛과 바람이었어요. 곧 다른 가족이 도착했고, ‘보리’라는 이름의 강아지는 제주시 동물병원으로 옮겨졌어요. 언니는 공항으로 아버지를 모시러 가야 했기에...
“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으로 갈게요.”라고 약속했어요.
그리고 정말 그렇게 했어요. 사고가 난 건 친구를 만나러 가던 길이 아니라 아버지를 모시러 가던 길이었기에, 언니는 아버지의 품에서 조금이나마 위로를 받을 수 있었어요.
공항에서 언니를 본 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언니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어요.
“괜찮다. 그런 일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다. 그 강아지도 잘 회복될 거야.”
그 한마디에 언니의 또 울음이 터졌어요. 언니는 아버지의 손을 꼭 잡고 한참 동안 눈을 감았어요.
아버지와 함께 동물병원에 도착했어요.
의사 선생님은 “팔이 부러졌지만 장기에는 다행히 이상이 없습니다.”라고 말했어요. 그제야 언니는 굳게 다물었던 입술을 떨며 눈물을 닦았어요. 보리는 울지도 않고 조용히 누워 있었어요. 그 모습이 오히려 더 용감해 보였어요.
마치 “괜찮아요, 언니. 하나님이 지켜주셨어요.”라고 말하는 것처럼요.
보리 가족은 리드줄을 하지 않은 자신들의 잘못을 사과했고, 언니도 울먹이며 “제가 더 주의했어야 했어요”라고 했어요. 서로의 진심이 오가는 순간, 누구의 탓도 아닌 ‘사고’라는 말이 조금은 이해가 되었어요. 서로를 원망하기보다, 그 순간 두 마음이 하나 되어 서로를 위로했어요.
보리는 수술후 며칠간 입원해야 하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대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 언니는 창밖으로 붉게 물든 하늘을 바라보며 작게 속삭였어요.
“하나님, 감사합니다… 보리를 지켜주셔서.”
그날 밤, 나는 언니의 품에 꼭 안겨서 잠들었어요.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지만 따뜻했어요. 며칠 뒤 다시 보리에게 인사하러 가기로 했어요.
그날, 바람결에 섞인 소금 냄새가 유난히 따뜻하게 느껴졌어요. 모두가 조금씩 울고, 조금씩 안도했던 하루였어요. 오늘은 무서웠지만, 동시에 기도와 사랑이 얼마나 큰 힘인지 느낄 수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