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제주도의 요가

나도 명상을 한다구

by 웰시코기 바람이

언니는 제주도에 와서 요가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가만히 보면, 언니는 가만히 있질 못해요. 산책을 나가도 한참을 걷고, 아무리 바람이 불어도 굳이 바다까지 나가야 직성이 풀리죠. 그래서 제주도에서는 언니가 더 바빠졌어요. 매일 아침마다 부지런히 움직이는 언니를 보며 나는 ‘휴가 온 사람 맞나?’ 싶을 때가 많아요.


하지만 언니가 요가를 하는 시간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조용해요. 그 시간은 나에게도 하루 중 유일하게 몸과 마음을 쉴 수 있는 시간이에요. 요가 선생님이 고맙게도 저를 요가원에 데려와도 된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나는 이동식 캐리어에 쏙 들어가서 요가원 입구 한쪽 구석에 자리 잡아요. 요가원은 늘 햇볕이 따뜻하게 들어와요. 유리창 너머로 햇살이 바닥에 길게 드리워지고, 그 위에 언니의 그림자가 천천히 흐르듯 움직여요. 요가 매트 위에서 숨을 고르는 언니의 모습은 언제 봐도 참 예뻐요. 공기엔 나무 냄새와 우드향, 그리고 잔잔한 싱잉볼 소리가 흘러요. 그 속에 있으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지고 눈꺼풀이 스르르 감겨요.


언니가 요가 자세를 바꾸는 소리, 살짝 미끄러지는 매트의 마찰음, 그 사이로 들리는 언니의 숨소리. 그게 나에게는 자장가처럼 들려요. 그래서 나는 요가 시간마다 쿨쿨 잠에 빠져든답니다. 그런데 오늘은 내가 너무 깊이 잠들었나봐요. 언니가 요가를 마치고 다가와 ‘바람아, 너 코골았어!’ 하며 웃는 거예요. 아이참, 언니~ 나도 명상 중이었단 말이야. 그게 바로 나만의 ‘웰시코기식 요가’라고요.


IMG_1028.JPG <요가원에서 바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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