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언니의 이별

by 웰시코기 바람이

언니가 결혼을 약속했던 사람과 결국 이별을 했어요. 이유는 바로 나 때문이었어요.

제가 털이 많이 빠지고, 중형견이라는 이유로 언니의 남자 친구는 저를 좋아하지 않았어요. 연애 초반에는 저를 귀여워하며 애견운동장에도 같이 가고, 산책도 함께 나갔어요. 그때는 저를 정말 좋아하는 줄 알았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마음속엔 ‘털 빠짐’, ‘중형견’, ‘노견이 되었을 때의 병원비’ 같은 단어들이 짐처럼 쌓여 갔나봐요. 언니와 그 사람은 여러 번 다투었어요. 싸움이 반복되자 언니는 그 사람에게 ‘당신은 강아지를 키우지 않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며 이별을 택했어요.


하지만 결국 나를 포함해 사랑해주겠다는 그의 말에 다시 만났어요. 그런데 그 약속은 오래가지 못했어요. 마지막엔 그 사람이 언니에게 나를 다른 곳으로 보내달라고 했어요. 그 말을 들은 언니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어요. 그리고 아주 단호하게 말했어요.

“바람이는 내 가족이야. 나한텐 1순위야.”

그 순간, 언니의 눈빛이 너무 슬펐어요.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이었지만, 언니는 나를 택했어요. 나는 그 슬픔의 무게를 느낄 수 있었어요. 언니는 며칠 동안 제대로 웃지 않았어요. 누워서 조용히 울던 언니 곁에 다가가, 나는 조심스럽게 언니의 눈물을 핥아주었어요.

‘내가 언니를 지켜줄게. 내가 언니를 사랑해줄게.’

그게 내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어요.


그날 이후로 나는 언니의 곁을 더 가까이 지켰어요. 언니가 잠이 들면 내 머리를 언니의 가슴 위에 올려두고, 숨소리를 들어요. 조용히 들썩이는 그 리듬이 조금씩 안정될 때까지.


언니야,

이번 생엔 내가 언니에게 보호받는 존재지만, 다음 생에는 꼭 내가 언니를 지켜줄게. 그땐 내가 더 큰 품으로 언니를 안아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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