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중성화 수술했던 부위의 실밥을 푸는 날이에요.
아침 햇살이 포근하게 내려 앉은 시간. 임보삼촌이 평소보다 천천히, 여유롭게 산책을 해주셨어요. 저는 그저 ‘오늘도 산책이다’ 하며 신나게 산책을 즐겼는데 알고 보니 병원에 가는 날이었답니다. 임보삼촌은 병원에 간다고 하면 제가 무서워할까봐 일부러 말씀하지 않으셨대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마음이 참 다정해요.
하지만 저는 이제 병원이 그리 무섭지 않아요. 간호사 언니들이 너무 친절하고 다정해서 이젠 병원 문 앞에서 엉덩이를 흔들기까지 해요.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병원과 친해져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답니다.
산책길에 좋아하는 냄새가 풍기자 코 끝으로 킁킁거리며 몸도 부벼봤어요. ‘이 냄새를 잊지 말아야지’ 자유의 냄새, 따뜻한 바람의 냄새거든요.
병원에 도착해서 실밥을 풀었어요. 조금 따끔했지만 의젓하게 아무렇지 않은 척했어요.
의사 선생님이 “바람이 정말 용감하다”라고 칭찬해 주셨어요.
이제 나는 더 이상 임신을 위해 이용당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그 사실이 오히려 내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줬어요.
더 이상 나를 도구로 쓰려는 사람들에게 이용당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이제는 오직 나 자신으로 사랑받기 위해 살아갈 거에요.
다행히도 수술 자리는 깔끔했고, 다음주에 예방접종을 하러 다시 오기로 했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너무 평온했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포근한 이불 속에 몸을 파묻고 달콤한 오침을 즐겼어요.
이 세상이 이렇게 고요하고, 아름답고, 따뜻할수 있다니. 답답한 뜬장 속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었던 감정이에요.살아있다는게 감사하고 사랑받을 수 있음에 벅찬 오늘이에요. 이제 정말 새 삶이 시작된 기분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