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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 : 배울 학, 익힐 습, 빠르게 성장하는 사람들

완벽하지 못한 나를 받아들일 때 일어나는 놀라운 일.

by 산소특공대


우리는 흔히 무언가를 완벽히 해내지 못하면 잘못된 것이고, 그로 인해 자신이 무능하거나 가치가 떨어진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이 완벽주의적 성향은 다른 사람의 눈길을 의식하고, 자신의 실수나 결점을 들키는 순간 능력이 부족한 사람으로 낙인찍힐 것 같은 두려움에서 비롯된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자연스레 스스로의 결점을 부정하려 하고, 아직 모르는 것들, 불확실한 지식, 실수의 가능성을 외면한다. 그런데 이럴 때 진정한 배움의 기회는 어디로 갈까? 완벽하지 않은 자신을 인정하지 못하면 새로운 것을 배우는 문턱 앞에서 늘 제자리걸음만 하게 된다. ‘배운다’는 것은 스스로의 불완전함을 깨닫고, 그 부족한 빈틈 속에 새로운 지식과 경험을 채워 넣는 과정임에도, 완벽주의는 그 빈틈을 인정하기를 극도로 거부한다.


‘배울 학(學), 익힐 습(習)’이라는 말이 내포하듯, 지식의 습득은 그저 정보를 눈으로 훑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새로운 내용을 받아들이고 해석하고, 이를 삶의 맥락 속에서 되새기고 실천하며, 충분히 소화한 뒤 몸으로 체득하는 과정이 반복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필연적으로 자신의 부족함을 마주치게 된다. 이해되지 않는 개념, 막히는 문제, 기대만큼 성과가 나지 않는 실전 적용—all of these가 자신이 아직 완벽하게 알지 못하고, 능숙하지 않다는 사실을 또렷이 보여준다. 그런데 완벽주의에 사로잡힌 이들은 그러한 미숙함을 드러내는 상황을 견디기 어려워한다. 결함을 인정하는 순간 스스로 무능한 사람이라 단정 짓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성장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불완전함을 비교적 빠르게 수용한다. 그들은 모르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숨기거나 부정하기보다는, 오히려 드러내놓고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노력한다. 물론 이 길에는 실패와 실수가 숱하게 등장한다. 완벽주의적 가치관에서 보면 실패는 곧 무능력의 증거일 뿐이지만, 배움을 지향하는 관점에서는 실패야말로 개선의 단서를 제공하는 중요한 단계다. 잘못된 판단을 성급히 덮어버리는 대신, 그로부터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물어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주목할 만한 심리학적 개념이 ‘불확실성 추구’와 ‘종결욕구(need for closure)’다. 불확실성 추구 경향이 높은 사람은 아직 명확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나 지식의 공백을 성장의 기회로 삼는다. 미완의 상태를 두려워하지 않고, 그 불분명한 순간 자체를 통해 더 깊은 이해에 도달하려 시도한다. 반면 종결욕구가 높은 사람은 불확실한 상태를 견디지 못하고, 빠른 결론을 내리고자 한다. 완벽주의자는 대체로 종결욕구가 강한 편이다. 아직 충분히 숙고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결론을 내리거나, 모호한 점을 일단 덮어두고 ‘완전한 척’하는 태도를 취한다. 이로 인해 배움의 기회는 사라지고, 새로운 시야를 확보할 가능성은 줄어든다.


결국, 우리는 불완전함을 껴안음으로써 더 넓은 세계를 마주할 수 있다. 완벽주의가 주는 착각, 즉 결점 없이 모든 것을 해내야 한다는 불안과 강박에서 벗어나면, 비로소 자신이 모르는 것을 배우고, 잘못된 부분을 수정하며, 실수 속에서 통찰을 얻는 과정이 가능해진다. 불완전함은 결코 무능력의 증거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여백이자, 더 나은 자신으로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이다.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무능함을 드러내는 게 아니라 배움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된다. 완벽함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결점을 감추느라 진이 빠지지 않고, 실수조차 배움의 재료로 삼을 수 있다. 그것이야말로 성장의 에너지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완벽하지 않은 자신을 정직하게 바라봐야 한다. 알지 못하는 것을 드러내고, 부끄러워하며, 그 결점 속에서 새롭게 얻을 수 있는 교훈을 찾아나가는 것. 그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배움의 경로를 걷게 되고, 한 발 한 발 앞으로 전진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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